미혼모, 경제 상황과 편견이 가장 큰 고충
법적 차별보다 사회 관행적 차별이 더 커
개정법률안, 미혼모 인식개선·정책 변화 핵심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 보장 우선돼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뉴시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해 1월 23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인트리 등 41명은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함께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한부모가족지원법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 한부모가정에게만 편향됐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은 같은 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6월 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는 법률 절반 이상을 개정하려했던 처음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2002년 ‘모자보호법’이 ‘모부자복지법’으로 개정된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개정을 이뤄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미혼모를 위한 법률 개정과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인식개선도 병행돼야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한국한부모지원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박영미 대표를 만나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을 위해 필요한 사회·정책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2014년 3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진행한 ‘미혼모에게도 출산 휴가를’ 거리 캠페인 ⓒ뉴시스
2014년 3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진행한 ‘미혼모에게도 출산 휴가를’ 거리 캠페인 ⓒ뉴시스

Q.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 대해 소개 바란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2008년 미국에 지원본부를 두고 한국에 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사무소 형태로 처음 개설됐다. 이후 2011년 해당 사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해 한국에서 사단법인을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주로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며 사회 인식개선 활동, 정책 및 제도개선 활동 등을 병행하고 있다.

Q. 미혼모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기업과 연대한 지원사업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이 KDB 나눔재단과 함께 임신부터 만 3세 아동을 기르는 미혼모 가정을 지원한다. 또 미혼모들의 고충 중 하나인 직장생활 유지를 돕는다. 미혼모도 출산휴가 혹은 육아휴직을 통해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의 퇴사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놓이는 이들에 대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보다 나은 안정적인 수익과 일·가정 양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홀로서기 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지원정보, 물품 지원 연계 등을 돕고 있다.

Q. 현재 국내 미혼모 현황은.

현재로서 집계된 유일한 국내 미혼모 현황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행정자료 분석을 통해 나온 통계가 유일하다. 해당 자료를 보면 미혼모가 2만4000명, 미혼부가 1만1000명으로 총 3만5000명의 미혼부모가 있다. 통계가 나오기 전에는 미혼부모들이 대도시에 집중돼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통계 결과를 보면 도시별 인구분포와 비례하게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미혼모 생활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미혼모 생활시설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한 군데도 없는 지역도 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이 문제점을 제기하면 정부에서는 ‘미혼모들이 창피해서 자기 지역을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Q. 미혼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경우에 따라 우선순위는 다르겠지만 경제적인 측면 및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가장 큰 고충이다. 현재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혹은 기르려고 마음먹은 미혼모 입장에서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그다음으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배제다. 반면에 아이를 낳아 기를지 확실히 정하지 못한 미혼모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다음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마음먹은 미혼모는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신경 안 쓰면 그만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이와 본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미혼모는 분명 경제적으로 힘들 걸 알면서도 동료 혹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 홀로 아이를 낳고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며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된다면 두 사람이 아이를 기르는 것보다는 조금 어렵겠지만 미혼모들이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Q. 미혼모들이 겪는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법률적인 차별은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도 결혼한 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을 하면 산전진찰을 받을 수 있으며 출산 후 육아휴직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미혼인 여성의 경우 이러한 법적 제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미혼모 당사자 역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직장에서 미혼모들이 이런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사례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노동부와 손잡고 여성가족부에 이런 제도들이 미혼모들도 당당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계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또 2010년에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미혼모 학업과 관련해 문제기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게 된 사례가 있다. 굉장히 잘 된 사례이긴 하다. 하지만 당사자가 기존에 다니던 학교 혹은 대안학교 중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안학교에 다니기를 강요한다. 이에 따라 주거지 근처에 대안학교가 없거나 낯선 대안학교에서 적응해야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안학교가 미혼모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이긴 하지만 마치 미혼모가 아닌 학생들을 위해 미혼모 학생을 격리하는 것처럼 퇴색돼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관행적 차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투데이신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투데이신문

Q. 미혼모 지원정책이 포함된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2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매우 열심히 참여해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과 관련해 19대 국회에서는 통과된 법안이 없었다. 때문에 20대 국회 때는 당선자를 붙잡고 꼭 통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손을 잡았다. 권 의원은 평소 미혼모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의원이었다. 권 의원과 손을 맞잡고 2017년 1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같은 해 12월 29일 통과를 이뤄냈다. 절반 이상을 개정하려고 했던 처음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2002년 모부자복지법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개정을 이뤄냈다고 평가한다.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개선을 이어갈 것이다.

Q. 국내 미혼모들을 위한 지원법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는 최하위에 속한다고 평가된다.

Q.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법률안의 핵심 내용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인식개선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정책이다. 이 일환으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포함해 여러 해외입양인단체와 미혼모 관련 기관이 2011년부터 ‘싱글맘의 날’을 정해 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를 매년 5월 10일 ‘한부모가족의 날’로 공식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미혼모를 위한 상담전화가 개설돼 있었다. 여가위와 민간기업이 MOU를 맺고 특별지원을 한 것인데 미혼모들을 위한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한계점을 반영해 정보 원스톱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미혼모 상담전화 개설을 요청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뉴시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투데이신문

Q.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기르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보장돼야 한다. 이 부분만 보장되더라도 아이를 입양 보내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다. 미혼모를 줄이는 것 보다는 미혼모의 아이들이 유괴되거나 입양되는 걸 예방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Q. 함께 발의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이 통과돼야 미혼모를 위한 실질적 혜택이 늘어날 거란 지적이 있는데.

그렇다. 참 의아했던 게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법률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고 예산이 요구되는 사안도 있어 상대적으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 개정이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대한 법률 개정에 대한 요구사항은 핵심적으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법원에서 판결이 났고 지급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벌금, 압류, 출국금지, 운전면허증 정지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등을 이유로 안된다고 하더라. 두 번째는 양육비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재산을 빼돌리더라도 조사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정보보호에 따라 불가능하다더라. 개인정보가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아이와 엄마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중요할까 싶다.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제도에 사람들이 얽매여 있다고 생각했다. 결혼 제도 안에서는 아버지에게 양육 부담 의무가 있지만 결혼 제도에서 벗어나면 그 부담이 사라진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양육 부담이 결혼 여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Q. 지원정책과 함께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옳고 그름을 따질 순 없지만 아이를 낙태하는 것 보다는 낳는 게, 입양을 보내는 것 보다는 기르는 게 최소한 아이한테는 더 이로운 일이다. 미혼모가 홀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훌륭한 일이 분명한데 왜 사회는 이를 비난하고 불이익을 주고 차별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인식전환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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