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 안전불감증 꼬집은 글 게재돼
화재에도 작업자들 대피 못하게 했다 주장
쿠팡 “화재 진압 후 작업 재개 지시한 것 뿐”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부 작업자들이 대피하자 관리자가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쿠팡 안전불감증을 꼬집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 이천시에 소재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나 관리자들이 작업자들을 대피하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이 담긴 게시물이 게재됐다.

본인을 직장인이라 밝힌 A씨는 여행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쿠팡덕평물류센터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발생했던 일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A씨가 게재한 글에 따르면 오후 4시 50분쯤 A씨가 일하던 물류센터 3층으로 원인불명의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는 더 심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안내방송은커녕 관리자들의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불안했던 A씨와 그 주변 작업자들은 결국 바깥으로 대피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관리자가 밖으로 대피한 작업자들에게 일하는 시간에 자리를 이탈하면 안 된다며 어서 자리로 돌아가 일하라고 호통을 친 것이다.

결국, 대피했던 작업자들은 아직 연기가 채 빠지지도 않은 작업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화재 및 작업장에 가득 찬 연기에 대한 안내방송이나 관리자들의 상황설명은 없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도저히 작업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담당자가 있는 지하 1층 사무실로 내려갔다. 이때 관리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는 모습을 확인했다. 화재가 완벽히 진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자들에게 자리로 돌아가 속히 작업을 재개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A씨가 이러한 상황을 담당자에게 전달했으나 담당자의 반응은 태평했다고 한다. 당시 담당자는 A씨에게 “그럼 조퇴하고 집에 가라. 이런 불안전한 곳에서 일하는 것 또한 본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화재에 대한 상황설명이나 사과는커녕 일한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직원으로부터 업무평가 결과 ‘블랙리스트’에 등록돼 재출근이 불가하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A씨는 “물류센터는 종이박스로 가득해 바람이 불면 큰 화재로 번질 위험요소가 많은 곳이다. 특히 핸드폰까지 모두 반납하기에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화재가 진압됐더라도 작업장에 찬 연기가 환기될 때까지는 잠시 사람들을 대피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최소한의 설명과 사과는커녕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쿠팡 자체에도 선입견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건물 외부에서 작은 규모로 화재가 발생, 속히 진압했으며 그 과정에서 연기가 실내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밖으로 대피한 작업자들에게는 불을 끈 뒤 작업장으로 돌아가라고 한 것이며, 관리자들이 안내하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건물 외부 금연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르바이트로 오신 분이 금연구역에서 흡연하고 꽁초를 제대고 끄지 않고 버리는 바람에 불이 났다. 작은 규모의 화재여서 빠르게 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이 안 꺼진 상황에서 대피한 작업자들에게 돌아가라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진압이 완료된 후에 돌아가라고 했다”면서도 “다만 담당 관리자분들께서 안내하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마음이 상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재출근 불가하다는 통보를 한 이유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쿠팡 직원이 한 게 아니다. 인력 모집하는 대행업체에서 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추후에 대행업체에서 작업자에게 상황설명 및 사과를 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흡연구역 철저하게 안내하고 있으며, 관리자 교욱 및 소방시설 점검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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