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에 힘 실어준 초재선·3선, 비판적 지지로
혁신비대위 꾸려 당 쇄신 이뤄내자는 계획은
친박, 전대 통해 당권 장악 시나리오 구상 중
당내 계파 갈등은 장기화로, 2020년 총선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초재선, 3선 의원들이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하기로 하면서 자유한국당의 내홍은 일단 봉합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지만 과연 자유한국당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의 망령은 아직도 자유한국당을 떠돌고 있고, 이는 당권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표출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불거졌던 자유한국당 내 갈등이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논란이 됐던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자격 논쟁과 관련해 당내 초재선 의원들과 3선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의 존재를 일단 인정하기로 했다. 27일부터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원내대표를 경질하고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한다면 원구성 협상에서 패싱 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원구성에서 자유한국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공석이 되면 상임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김 권한대행 체제를 일단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혁신비대위를 하루라도 빨리 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성태의 도박

자유한국당 초재선, 3선 의원들이 김 권한대행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하게 된 이유는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그들이 아직 김 권한대행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혁신비대위를 하루라도 빨리 꾸려야 한다고 밝힌 것에서 읽혀진다. 김 권한대행은 자신이 당권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피력하며, 혁신비대위가 공천권을 가져야 하고 자신의 목이라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재선 의원들이나 3선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현재 김 권한대행은 혁신비대위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안상수 의원을 준비위원장에 앉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권한대행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혁신비대위 준비위는 과도기적 조직이다. 혁신비대위가 꾸려지게 되면 자연히 사라질 이른바 테스크포스(TF) 조직이다. 그럼에도 당내 많은 인사들은 혁신비대위 준비위까지 꾸릴 이유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사퇴한 후, 당 대표 권한대행은 원내대표가 맡는다. 권한대행은 전당대회를 관리하거나 비대위를 만들어 전대를 관리한다. 그런데 비대위 준비위를 꾸린다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굳이 혁신비대위 준비위를 꾸릴 이유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일단 소강상태 접어든 내홍

물론 혁신비대위 준비위는 자신들은 권한이 없고, 혁신비대위를 만들고 나면 해체할 조직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비대위가 언제 꾸려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인물들 중 상당수는 자신은 깜냥이 아니라면서 손사래 치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 갈등이 계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12월 임명된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결국 비난만 받은 채 물러나야 했고, 이후에도 계속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욕먹는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모두 고사하면 혁신비대위는 당분간 구성되기 힘들다. 그렇게 되면 혁신비대위 준비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사실상 혁신비대위는 김 권한대행 체제로 굳어지게 된다. 초재선과 3선 의원들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혁신비대위 준비위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대위원장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외부 인사 영입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외부 인사 영입에 성공한다 해도 그가 과연 자유한국당을 혁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계파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어떤 혁신안을 내놓더라도 결국 계파 갈등의 재료로 사용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아예 혁신비대위를 건너뛰고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비대위를 꾸려도 결국 당 쇄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당원들의 신뢰를 받는 당 대표를 선출해 당 대표가 당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대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한다고 해도 결국 당 쇄신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인적 쇄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총선 불출마 선언이나 아예 당의 전권을 당 대표 혹은 비대위원장에게 모두 넘기겠다는 각서라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당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도 모두 비대위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친박은 혁신비대위보다는 전대를 통해 새롭게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전대를 치르게 되면 친박 당 대표가 선출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친박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친박 세력이 당을 확실하게 장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전대를 치르면 친박 당 대표가 선출될 것이고, 이후 비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친박계는 혁신비대위보다는 전대를 선호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당내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단 김성태 권한대행발(發) 혁신 논쟁은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언제든지 갈등은 표출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탓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네 탓’이라고 공방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계파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고,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오는 2020년 총선 공천에서 또다시 갈등은 폭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모든 현역들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소한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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