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한약사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를 열고 편의점 판매약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9일 대한약사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를 열고 편의점 판매약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이 약사회의 거센 반발로 또 다시 불발됐다.

8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협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제6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시민단체, 약학회, 의학회 등 추천 인사 10명으로 꾸려졌다.

이날 협의에서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에 제산제(위산 억제 위장약), 지사제(설사 완화 약물)를 추가하는 안건이 유력하게 논의됐으나 대한약사회와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편산협)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복지부는 약국·병원이 휴일이나 야간에 문을 닫는 경우 급하게 사용할 필요성이 높은 일방의약품을 안전상비의약품에 추가하거나, 수요가 적은 의약품을 품목에서 제외하는 등 품목조정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지난 2012년 편의점 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허용된 이후 현재까지 판매품목이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판매되는 안전비상의약품은 ▲진통제(타이레놀정500mg, 어린이용타이레놀80mg,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100ml), 어린이부루펜시럽(80ml), 타이레놀정160mg ▲감기약(판콜에이내복액, 판피린티정) ▲소화제(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파스(제일쿨파프, 신신파스아렉스) 등 13개이다.

편의점 내 안전상비약 품목 조정에 대한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들은 부작용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약품을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추가를 반대하고 있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구호를 외치며 편의점 안전상비약판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집회에서 "편의점 판매약 확대 등은 보건의료의 공공성과 의약품의 안전성, 건강할 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적폐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012년 편의점 내 안전상비약 판매가 시작될 때부터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도입된 안전상비의약품제도가 국민의 건강을 침해하는 결과로 귀결되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본 제도의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제도를 폐지하고 약국 중심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체계를 지켜가도록 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약사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도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약사들의 노력으로 1만 2000건의 부작용보고-관리가 이뤄졌다. 최근 5년간 편의점 안정상비약의 부장용건수이 1000건을 돌파했고 445명의 아이들이 부작용을 겪었다”며 “편의점 유통회사들은 국민들의 부작용관리를 위해 무엇을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타이레놀성분은 급성간부전의 주된 원인으로 주목된다. 술과 함께 복용시 중독증상이 심각해진다”며 “올해 유럽진행위원회에서도 문제 삼은 약임에도 편의점에서는 버젓이 술과 함께 판매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편산협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한다는 이유로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약학회의 주장에 동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편산협은 “같은 약이라도 약국에서 팔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팔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에 납득하기 어렵다. 약사회는 정부기관의 자료가 있음에도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안전상비의약품 부작용 위험성을 부풀려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비자단체 측에서는 소비자의 편의성 확대가 중요하다며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확대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안전문제가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으며 구매자의 93.9%가 편리하다고 답했다. 또 판매의약품 수에 대해서는 적정하다는 의견이 49.9%,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43.4%,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2.9%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2012년 편의점에서 의약품이 판매된 뒤 약사회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하지만 어떤 부작용이 우려되는지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입장에서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없다면 약국에서 의약품을 사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이 적은 제품에 대해 자율판매의약품으로 추가 분류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며 “의약품에 대해 생산자·판매자·소상공인 등의 교육도 필요하지만 소비자 교육을 지원해야할 때다. 표시법을 바꾸고, 바코드 스캔 등으로 정보를 획득하는 시스템 등을 시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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