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일정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누구
이번 방북단 보면 남북경협에 상당한 초점
비핵화 이끌어낸 후 남북경협 이어갈 듯
트럼프-김정은 설득 위해 나선 문 대통령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뉴시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뉴시스

18~20일 열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활시위는 당겨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건곤일척을 앞두고 있다. 이번 수행단에는 정치인은 물론 기업인과 예술인 등이 포함된 200여명의 대규모 방북단이 꾸려졌다. 이는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방북이 향후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협정까지 가는 발판이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의 통치자가 우리 땅을 밟는 거대한 역사가 이뤄졌다. 또한 이날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화해와 교류의 밑바탕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시위가 당겨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한반도 평화 운명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의 운명은 어디로

이번 방북단의 규모는 상당하다. 공식수행원 14명, 특별수행원 52명, 일반수행원 91명, 취재기자단 17명 등 총 200여명에 달한다. 수행단 역시 정치·경제·사회·문화·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됐다. 공식수행원은 정부를 대표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 등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김의겸 대변인, 김종천 의전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다. 정당 대표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이번 방북에 함께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기업인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SK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 김용환 부회장 등 4대 대기업 총수는 물론 쏘카 이재웅 대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산업은행 이동걸 총재, 코레일 및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방북한다. 노동·시민사회 분야에서는 한국노총 김주영·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장, 민주평통 김덕룡 수석부의장, 민화협 김홍걸 상임의장,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 등과 함께 종교계 인사들은 물론 가수 지코, 에일리, 작곡가 김형석씨도 문화예술인을 대표해 평양을 찾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규모 방북단의 의미

이처럼 같은 대규모 방북단은 이번 방북이 얼마나 중요한 방북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4대 대기업 총수는 물론 재계와 개성공단기업, 코레일과 한국관광공사 수뇌가 방북한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남북경협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물론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이뤄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고,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이번 방북을 통해 남북경협의 물꼬를 틔우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판문점 회담 당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USB에 담아 김 위원장에게 건넸던 문 대통령이기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관련 인사들과 함께 방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방북이 결코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핵심은 비핵화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느냐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이번 정상회담 성패의 핵심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와 미 언론도 마찬가지며, 문 대통령도 그렇다. 문제는 과연 얼마나 비핵화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냐에 따라 앞으로 비핵화 협상 과정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겠다는 의향이라도 밝혀야 한다고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김 위원장은 자신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어떻게 설득을 할 것이냐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앞서 지난 5일 대북특사단에 의해 이미 재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5일과는 또 다른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이번 방북단 명단을 살펴보면 그 의지가 충분히 읽혀진다. 기업 총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실천을 통해 유엔 제재가 해제될 경우 북한에 투자할 한국 기업들이 줄을 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설득은

문 대통령의 행보는 이번 남북정상회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달 말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도출해내야 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난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법은 남북정상회담이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행보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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