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 정국 주도권은 누구에게로
경제기획통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이행
18개월 동안 많은 결실 남겼지만 갈등설도
이임식 이전까지는 부총리, 예산 정국 이끈다
인사청문회 통과 등 아직 과정은 많이 남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개월 만에 교체됐다. 경제기획원 혹은 기획예산처 등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예산통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국가재정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김 부총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이 제기되면서 끝내 퇴임하게 됐다. 하지만 예산 정국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이임식을 하기 전까지는 경제부총리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부총리는 대략 보름 정도의 예산 정국을 앞으로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그동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설은 꾸준하게 제기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더불어 교체설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대해 격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교체설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오는 12월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교체는 예상보다 이르게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긴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이 오는 13일 아세안·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해야 한다. 따라서 그 이전이나 그 이후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7일 김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했고, 이 발언은 여야의 엇갈린 해석을 낳았다. 특히 야당은 청와대가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기재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의 교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연의 언행

김 부총리는 1982년 제6회 입법고시와 제26회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해 1982년부터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기획예산처에서 주로 근무한 경제통이다. 아울러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을 하던 지난 2006년 변양균 장관 아래에서 최초의 중장기 전략보고서인 ‘국가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 예산실장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관료통이기도 하다. 이후 2015년부터는 아주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김 부총리는 재임기간 동안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물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소득주도성장 수정론을 설파했다. 지난해 10월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에도 한중 통화스와프를 연장했으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아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와도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올해 2월에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와의 공조로 스위스와도 100억 스위스프랑(약 11조60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결실을 맺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장하성 갈등설

하지만 올해부터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으면서 속도조절론을 설파하며 장 실장과 사사건건 부딪치게 됐고, ‘김동연 패싱론’이 불거지면서 경제 컨트롤타워가 부총리가 아닌 정책실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올해 7월에는 격주로 만나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의 의견을 교환했는데, 말이 좋아 의견 교환이지, 갈등설을 일축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비판도 있다. 김동연 패싱론이 가장 정점에 달했던 것은 올해 8월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날 때였다. 당시 예정됐던 삼성전자의 중장기 투자계획 발표는 비판적 여론이 불거지면서 결국 발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김동연 패싱론을 꺼내 들면서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은 깊었다. 또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동반 퇴진론’이 제기됐고, 그때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면서 해명을 해야 했다.

예산 정국은 어디로

그리고 이달 9일, 결국 김 부총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교체됐다. 다만 이날 교체가 됐다고 해서 김 부총리가 바로 부총리직에서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는 이임식을 거쳐야 부총리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 김 부총리는 아직까지 법적으로 부총리다. 즉, 홍남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보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부총리는 현재 예산 정국에서 마지막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예산 정국에서 경제수장인 부총리를 교체한 사례가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 부총리는 예산 정국을 마무리하면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물러나는 김 부총리의 지시가 기재부에 제대로 전달이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야당들이 김 부총리를 대상으로 예산안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원안 통과를 위해 예산 정국 도중 김 부총리의 교체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색안경도 있다.

또한 앞으로 김 부총리의 거취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김 부총리가 2020년 총선 출마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나온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앞서 나가는 얘기”라면서 자유한국당 소속 출마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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