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스모킹건은 없는 상황…파장 예고
이재명 지사의 돌파구는 법적 공방에 달려
곤란에 빠진 민주당 지도부, 어떤 결정 내릴까
친문 인사들도 난감…어떤 돌파구가 필요하나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경찰이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 김씨(@08_hkkim)’의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고 지목하면서 이 지사는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 및 출당 요구 등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 이 지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당이라는 점에서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트위터 혜경궁 김씨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당시 이재명 지사와 경쟁한 전해철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해당 계정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부터다. 해당 계정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전해철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는 물론, 명예훼손 및 모욕 등과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소재로 한 고인 드립,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발언들이 게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해당 계정의 주인이 이 지사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은 SNS 등을 통해 제기됐다. 누리꾼들은 혜경궁 김씨 전화번호가 김씨의 전화번호와 일부 일치하고, 혜경궁 김씨의 구글, 카카오톡 계정 이름이 김혜경으로 돼 있으며, 프로필 사진 역시 김혜경씨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해당 계정 아이디인 ‘hkkim’을 ‘혜경궁 홍씨(사도세자 부인)’에서 이름을 따와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문제의 계정은 지난 4월 4일경 삭제됐다. 하지만 전해철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혜경궁 김씨가 누구냐’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사건을 이첩 받은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누구인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혜경궁 김씨는 김혜경’ 결론 낸 경찰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초기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 트위터 본사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로그 기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발품팔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올라온 수만가지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했다. 계정 소유주 정보와 김씨의 개인정보가 일치한다고 하지만, 성남에 사는 아들 가진 50대 여성으로 특정한다 하더라도 김씨를 해당 계정의 소유주라고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이 김씨를 계정 소유주로 지목한 결정적 이유는 ‘휴대전화 교체 시기’와 ‘사진 업로드 시기’다. 경찰은 해당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분석한 결과, 2016년 7월 중순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작성된 반면, 그 이후에는 아이폰에서 작성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김씨의 휴대전화 교체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또한 이재명 지사의 개인적인 사진을 업로드한 시점도 있다.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서 김씨 가족사진이 업로드되고, 10분 후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해당 사진이 올라왔으며, 다시 10분 후에 이 지사 계정의 트위터에 해당 사진이 올라왔다.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희귀 사진이 10분 단위로 연달아 업로드됐다는 것은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는 것을 지목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해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경찰은 21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지메일 아이디 ‘khk631000’이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사용되다 탈퇴했는데, 이 아이디의 마지막 접속지가 이 지사의 자택이었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지난 2일 경기 수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지난 2일 경기 수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결정적 스모킹건 없어

이에 대해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는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출근길에 이 지사는 자신의 아내가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는 증거는 차고 넘쳤다면서 반발했다. 아울러 경찰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지메일 아이디 ‘khk631000’에 대해서도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김씨가 사용했다고 하는 계정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일정 공유를 위해 비서실에서 만들어 사용한 계정이고, 비서실 직원 여러 명이 비밀번호를 공유하던 계정”이라며 “위 지메일 계정을 만든 비서관도 경찰의 소환에 출석해 진술했고, 심지어 의심되는 제3자가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런 내용은 철저히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는 추정은 여러 증거 자료를 통해 판단할 수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의 소유주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국 트위터 본사에서 로그 기록 정보를 입수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미국 트위터 본사는 로그 기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지사도 이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리 다툼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즉,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법정 다툼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트위터 본사에서 로그 기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는 법적 증거는 부족하다. 따라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 지사는 정치적 논란을 뒤로하고 법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정치적 파장 예고

이에 민주당 내부는 사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 주자를 상실했고, 이 지사는 법적 논란은 뒤로 하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는 비문 인사들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향후 2020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친문 인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재판 결과가 나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정치적 판단으로 이 지사와 비문 인사들을 몰아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친문 지지층은 얘기가 다르다. 현재 친문 지지층은 지속적으로 이 지사의 사퇴와 출당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해찬 지도부는 상당히 난감한 상태에 빠졌다. 이 지사를 출당시키자니 비문 인사들의 반발이 우려되고, 그냥 두자니 친문 지지층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이해찬 대표로서는 정치적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야당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면서 민주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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