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평가가 긍정평가 앞질러
야당의 대대적인 공세 예고
쉽지 않은 반등…북한발 훈풍 불어줄까
결국 경제…경제지표 따라 지지율 흔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첫 ‘데드크로스(역전현상)’을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이 데드크로스에서 시작됐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의 후광효과는 이제 사실상 끝났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역대 정부와는 또 다른 사안이 있기 때문에 지지율 반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5%, 부정평가는 46%로 집계돼,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영남과 고령층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역별로는 서울(긍정 49%, 부정 47%)과 호남(긍정 65%, 부정 28%)에서만 긍정평가가 우세했고, 대구·경북(긍정 29%, 부정 58%), 부산·울산·경남(긍정 42%, 부정 48%), 인천·경기(긍정 46%, 부정 47%), 충청(긍정 37%, 부정 44%)에선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긍정 36%, 부정 56%), 60대(긍정 32%, 부정 57%)에서 부정평가가 우세했으나, 20대(긍정 53%, 부정 35%), 30대(긍정 63%, 부정 30%), 40대(긍정 50%, 부정 44%)에선 긍정평가가 더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백가쟁명 지지율 하락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남성은 모든 계층에서 문 대통령을 가장 싫어하고, 20대 여성은 가장 좋아한다. 이 극명한 차이만 봐도 여당과 정부의 편향성은 시정돼야 한다”면서 젠더 갈등이 결국 20대 남성의 지지율을 등 돌리게 했다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촛불민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당선돼 집권초기 80~9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2년만에 데드크로스를 지나고 있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항상 말씀드리지만, 문제는 경제”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에 따라 ‘민간인 사찰 의혹’ 등에 대한 공방이 확산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 고양시 온수관 파열 사고, 강릉 팬션에서 고등학생 일산화탄소 중독 사상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큰 이슈를 갖고 정국의 주도권을 틀어쥐어야 하는데,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큰 이슈가 없었던 점이 가장 큰 독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큰 이슈가 없는 상태에서 작은 사건·사고 등이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계속 때렸고, 결국 이에 일부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 등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12월 중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거나,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미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지금의 지지율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곧 그만큼 국내 정치를 뒤덮을 국제적 이슈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어려움 놓인 문재인 정부

과거 정부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지지율 데드크로스를 맞이한 순간부터 정부는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때문에 지지율 데드크로스는 정부에 상당히 큰 위기 중 하나다. 특히 앞으로 레임덕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하면 청와대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당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 집권여당의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걸어두지만, 지지율이 낮을 때는 대통령의 사진을 가급적 넣지 않으려고 한다. 즉, 2020년 총선에는 문재인 마케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청와대와 당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민주당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제2의 페족’이 언급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

이 같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카드는 ‘김정은 서울 답방’과 ‘북미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 1일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게 된다면 곧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대 2개월 정도는 서울 답방과 북미정상회담의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의 효과일 뿐이기 때문에 첫 번째 카드를 지나치게 기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결국 지지율 반등의 핵심은 경제다. 앞으로 경제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향후 지지율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지지율이 하락된 주된 원인도 경제 침체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이뤄내야 한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게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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