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탈원전 발언, 반색하는 야권
與 내부서는 반문 정서 나오고 있어
野, 국민투표 통해 문재인 정부 압박
靑, 해체 기술 통해 지역 민심 다독여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 모습 ⓒ뉴시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 모습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여권의 분열 조짐 속에 야권이 공세를 펼쳐지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정책이다. 이런 이유로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면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왔지만,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오히려 야권의 반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건설예산 8조2000억원, 건설기간 7년, 연인원 800만명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 지방세수 증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해당 사업은 2017년 정부로부터 전원(電源)개발사업 실시 계획 승인을 받았다. 추가 부지 확보, 시공사 선정 등을 거쳐 본격 건설에 착수해 3호기는 2022년 12월, 4호기는 2023년 12월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다.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경북 울진군 북면 덕천리와 고목리다. 원자로형은 가압경수로(PWR)와 신형경수로(APR1400)다. 시설용량은 각각 1400메가와트(MW)다. 60년간의 1차 운영허가기간 동안 생산할 전기는 1조3000억 킬로와트시(kWh)로 예상된다. 한전 판매단가로 약 138조원에 해당되는 생산량이다.

신한울 3·4호기가 뭐기에

문재인 정부 북방경제위원장을 역임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는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송 의원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탈원전 논란은 지난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하면서부터 일어났다. 당시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론화위원회 결정 이후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던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천지 1·2호, 대진 1·2호 등 6기의 신규 원전을 모두 백지화시켰다. 이에 야권은 비롯한 여러 사회 각계각층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한울원전 1·2호기 건설현장 모습 ⓒ뉴시스
신한울원전 1·2호기 건설현장 모습 ⓒ뉴시스

내부 반발 맞은 탈원전 정책

그런데 이번에는 여권 내부에서 탈원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점에서 송 의원의 발언은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우선 송 의원의 발언은 당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권 1~2년차에는 높은 지지율 때문에 당 내부에서 균열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비문 인사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입·복당 거부와 관련해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그동안 숨죽였던 비문 세력이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자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봉장이 송 의원이 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내 인사들의 입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그동안 높은 지지율로 버텨왔지만,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자, 점차 봇물 터지듯이 당내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내년 총선 공천을 1년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인사들이 점차 자신의 정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권력 누수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당 내부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는 당내 갈등이 더욱 증폭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효율성과 민주성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공론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는 공론화다. 야당에서는 이번 기회에 신한울 3·4호기를 공론화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투표 등의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여권발 균열을 앞세워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기를 확실하게 들겠다는 것이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분열된다면, 야권으로서는 탄탄한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권력 누수 현상(레임덕)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한동안 지속적으로 국민투표를 논하기 시작한다면 문재인 정부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청와대는 이런 이유로 공론화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규 원전 건설이라는 카드 대신 기존 원전 해체 카드를 꺼냈다. 신규 원전 건설은 경제적 효과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지역 민심을 잡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어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매력적인 공약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청와대는 해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동남권 원전 해체 연구소를 설립해 원전 해체 산업의 육성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의 흐름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지역 민심을 고려한 카드인 것이다. 다만 이 카드가 얼마나 먹혀들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원전 건설에는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무조건 탈원전만 고수할 수 없다. 특히 이해관계자의 로비 압박 등이 거세지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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