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과의 만남, 미중 무역분쟁 해소에 초점
베트남 또는 베이징, 장소 따라 회담 성격 달라져

지난해 6월 12일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6월 12일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이틀간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진다고 밝히면서 정상회담까지 남은 20여일 동안 바쁜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가 안착될 것인지, 현재의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질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20여일 동안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의회 하원회의장에서 실시한 국정연설에서 오는 27~28일 이틀간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가진다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방송국 앵커들과의 간담회에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는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전후로 시진핑 주석과도 회동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수장 간의 만남은 그 만남에서 모든 것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합의를 이끌어낸 뒤, 수장들은 도장 찍고 사인할 뿐이다. 물론 첨예하게 대립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논의해 합의를 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대체적으로 굵직한 합의는 그 이전에 끝내야 한다.

남은 20일간 어떤 합의들이

그런 점에서 오는 27일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28일 전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기 위해서도 그 이전에 미국과 중국 간의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은 바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세간의 주목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보다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간의 실무협상에 쏠리고 있다. 2차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내용은 이 실무협상에서 도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2차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린다고만 돼 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지 않은 것도 실무협상에서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나오고 있는 내용으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의 빅딜이다. 하지만 이는 국제사회나 언론의 추측일 뿐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 간에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핵심적인 내용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비관적인 전망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각) 인터뷰를 통해 “세계를 위한 진짜 기회”라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국정연설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좋다”면서 낙관론을 내놓았다. 따라서 비건 대표와 김 전 대사간 실무협상의 전망은 어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만남에 대한 결말은 아무래도 비건 대표가 김 위원장과 회동을 갖느냐 여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예방한다면 미국과 북한이 상상을 뛰어넘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을 예방하지 않고 평양을 떠난다면 2차 정상회담이 생각보다 어려운 회담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미중 무역분쟁 합의는

이런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각) 한 언론 인터뷰에 출연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서 어떤 진전이 이뤄질지 보겠다고 부연했다. 므누신 장관은 다음주 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함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중정상회담이 북한 문제보다는 미중 무역분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종전선언은 과도한 추측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김에 시진핑 주석과 만나서 미중 무역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이지, 종전선언까지 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개입 여부는

그간 미국이 종전선언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탐탁찮게 생각해왔다는 점으로 볼 때, 미중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해서 종전선언을 예측하는 것은 과도한 예측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과는 비핵화 협상을, 중국과는 무역분쟁 협상에 대한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 영향권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비핵화에 중국의 개입을 최소화시키려 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번 협상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종전선언은 다소 과한 장밋빛 전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이라는 현실적 인식을 미국이 하게 된다면, 종전선언에 결국 중국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종전선언에만 그친다면 중국의 개입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평화협정 체결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자본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도 끌어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의 경제개발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인식을 미국이 하게 된다면 결국 중국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베트남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어느 장소에서 만남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두 정상이 만난다면 미중 무역분쟁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베트남이라면 미중 무역분쟁 해소와 종전선언이 함께 논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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