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업 능력은 일상생활에서 나온다
[칼럼] 학업 능력은 일상생활에서 나온다
  • 김재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8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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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궁리하는 일과 혼자 있을 때 삼가는 일에 능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선 청소와 응대로 마음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극히 거칠고 작은 일을 배우는 것이지만, 지극히 정밀하고 큰 이치는 그 안에 깃들어 있다.” <송시열(宋時烈, 1607-1689)>

빨래는 직접 하도록 한다

얼마 전 무척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독일의 명문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유스 아카데미 ‘바이에른 캠퍼스’이야기였다. 팀 관계자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

“바이에른 캠퍼스에 사는 선수들은 어떤 비용도 내지 않는다. 우리는 선수들에 대한 모든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수들에게 빨래는 직접 하도록 한다. 축구 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성장하게 하는 것 역시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2019. 3. 4. 골닷컴>

어린 선수들이 나중에 스타가 돼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되더라도 올챙이 적을 떠올리며 늘 겸손한 태도를 지니라는 뜻과 축구를 하지 않게 되더라도 일상에서 근면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뜻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기사를 보면서 무술 영화에 나오는 고수가 제자에게 무술을 가르치지 않고 몇 년 동안 청소만 시키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승은 제자에게 향후 지루하게 계속될 수련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 주고, 고수가 되고 싶은 생각으로만 가득 찬 제자의 성급함을 제어하려고 했을 것이다. 뮌헨 팀도 아마 이런 의도를 지니고 있지는 않은가 짐작해 본다. 그러고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선수들은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 그 기사엔 선수들의 소감이 없으니 무어라 단정할 순 없다. 원래부터 그렇게 시작을 했으니 별생각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귀찮게 여길 수도 있겠으며, 선수 생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을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뮌헨팀의 의도가 어렴풋이 짐작은 되지만, 과연 빨래를 시키는 일이 실제로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 팀도 많을 텐데 그렇다면 그런 팀의 방침은 잘못된 것일까?

이런 의문을 안고 내 자식이나 요즘 학생들의 생활을 살펴본다. 아마 모르긴 모르되 자기 손으로 빨래를 하는 학생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 가기 바쁘고,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서 몇 시간을 앉아 있다가 밤늦게 집으로 와선 또 공부하거나 잠을 잔다. 거의 매일 이런 생활이 반복되는데 어느 겨를에 빨래하겠나.

우리 집 아이들도 그렇다. 빨래를 하는 건 애초에 바랄 수도 없다. 빨래 거리를 잘 내놓지도 않고, 모아 놓은 빨래 거리를 세탁기에 넣지도 않는다. 그나마 빨래를 널 때 도와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할 지경이다. 아이들을 탓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자기 빨래를 직접 하는 다른 집 아이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집은 엄마가 빨래 거리를 거둬서 세탁기에 넣을 것이다.

큰 이치는 작은 일에 들어 있다

한편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주변 정리를 하는 버릇이 들어 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청소를 하고 걸리적거리는 물건을 모두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가끔 이런 게 지나쳐서 노트북을 켜고 온라인 게임을 하기 전에도 정리부터 한다. 아무래도 정리를 해 놓고 시작을 하면 집중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글을 봤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궁리하는 일과 혼자 있을 때 삼가는 일에 능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선 청소와 응대로 마음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극히 거칠고 작은 일을 배우는 것이지만, 지극히 정밀하고 큰 이치는 그 안에 깃들어 있다. 나이가 점점 들어서 식견이 열리면 궁리를 해서 지식을 이루게 하거나, 혼자 있을 때 삼가서 마음을 성실하게 하도록 가르친다. 예전에 익혔던 청소와 응대가 미묘한 뜻을 연구하여 신의 경지에 들어가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묘한 뜻을 연구하여 신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것은 실제로는 청소와 응대 속에서 떨어져 있지 않다.”<송시열(宋時烈), 『송자대전(宋子大全)』, 권134, 「논어자장편자하문인소자장요씨설변(論語子張篇子夏門人小子章饒氏說辨)」 중에서>

옛사람들은 지금처럼 책을 보는 것만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공부의 일부로 여겼고, 일상의 기본적인 행동을 잘 해야 책을 읽는 공부도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위에 말한 송시열의 글은 이와 같은 옛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송시열은 청소를 하거나 사람을 응대하는 것이 학문 연구와 동떨어진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이 학문을 높은 경지에 이르게 하는 바탕이 된다고 했다.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하면서 쌓인 집중력과 인내심이 공부에 도움을 준다고 본 것이 아닐까 한다.

송시열보다 좀 더 강한 어조로 기본을 강조한 사람도 있다.  

“경력(經歷)이라는 벼슬을 지낸 우언겸(禹彦謙)은 자제를 가르칠 때 윤리를 우선으로 삼았다. 평소 청소하고 어른에게 응대하는 일을 반드시 자제들더러 행하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이 학업을 방해하지 않을까 의심하자 공이 말했다. “이것이 오히려 그에 맞는 일이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글은 읽어서 무엇 하겠는가?”<류성룡(柳成龍), 『서애집(西厓集)』, 권19, 「의빈부경력우공갈명(儀賓府經歷禹公碣銘)」>

이처럼 기본을 강조하는 글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옛날과 지금은 달라서 이런 말을 모두 따르기 어렵고, 어떤 면에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재의 공부와는 다르지만, 공부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한결 같이 주장을 하고 있으니 한 번쯤 주목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어린아이에게 인내하고 집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은 어른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청소나 응대는 이를 습득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옛사람들은 그것을 최고의 방법이라 여겼고, 송시열이나 유성룡의 글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독일의 축구팀 관계자들도 그렇게 생각을 한 것 같다.

▲ 김재욱 칼럼니스트<br>▷저서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br><한시에 마음을 베이다><br><왜곡된 기억 >외 6권<br>
▲ 김재욱 칼럼니스트
▷저서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왜곡된 기억 >외 6권

현재에도 이런 생각은 여전히 통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부모와 선생님들은 일상생활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아이들이 잘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면서 기본을 강제로 주입하려고 애쓰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므로 반드시 나쁘다고 하기도 어렵다. 우등생이 되는 힘은 일상생활에서 나온다.  

다만 이 지점에서 돌이켜봐야 할 것이 있다. 부모와 선생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운 건 아닌가?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보다는 시험 점수 일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기본을 애써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모든 일에서 아이의 공부가 우선이고, 공부에 초점을 맞춰서 아이들의 생활을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을 교육하기 전에 어른들부터 기본을 갖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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