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균 칼럼니스트현)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
▲ 김태균 칼럼니스트
현)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

【투데이신문 김태균 칼럼니스트】 김연철 통일연구원 원장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으나, 통일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이른바 ‘업계’의 충분한 검증을 거친 사람이므로 요즘과 같이 비상한 시국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때문에 무난히 취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뜻밖으로 김 후보자가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역대로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여타 부처보다 관심도가 떨어졌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라 하겠다.

이유가 있다. 보수 진영에서 김 후보자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 사드는 ‘나라 망한다’던 통일장관 후보에 대해”라는 사설에서 김 후보자의 일부 발언과 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자질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국회 원내 대표 연설에서 조선일보의 사설 일부를 인용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자가 과거에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자해’라고 언급한 부분의 진실을 보자.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32억6400만 달러, 북한은 3억754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투자 대비 10배의 수익을 올린 그야말로 대박 투자를 한 셈이다. 반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는 막대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단 폐쇄 후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 규모는 1조5000억 원이고, 여기에 5000여 개 협력업체, 유통업체, 판매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 규모는 5∼6조 원 규모로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경제적 편익은 사라지고 크나큰 손실을 야기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자해’라고 지적한 것인데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옳지 않은가.

한편, 조선일보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서 얻은 수익으로 핵개발을 했다고 믿기 때문에 김연철 장관 후보자를 공격한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대북제재가 가장 심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에 한반도는 전쟁의 위협에 처한 바 있다. 북한의 핵개발도 그 시기에 큰 결과물을 얻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오로지 김 후보자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와 남북 관계의 파탄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보수진영에서 반대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들은 오히려 그가 장관으로서 적임자임을 나타내는 증거다. 표현이 거칠고 듣기가 불편한 내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을 때의 일이다. 청문회를 통해서 장관이 되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검증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도 나름의 쓴소리를 했던 그의 소신이 지금 필요한 때다. 아울러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열렸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비상한 시국에 철 지난 논쟁, 사실 관계마저 왜곡해 일을 일으키며 한가하게 날을 보낼 때가 아니다. 이러고 보면 오히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이 ‘자해’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 진영, 자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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