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부로 서비스센터 직원 3900명 직고용
서비스지회, “협상에서 배제...사측 일방통행”
임금 축소·기존 노조 가입 회유 주장 등 잡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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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전자가 서비스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5개월만에 지켰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서비스센터 직원을 배제한 부당한 협상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LG전자의 이른바 ‘통 큰 결단’이 퇴색되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5월 1일 부터 전국 130여개 서비스센터 직원 약 3900명을 직접 고용한다.

지난해 11월 말 전국 130여 개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발표한지 약 5개월만이다.

당시 정규직 전환 결정은 막 회장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의 파격 행보 중 하나로 평가했다. 구 회장은 LG전자로부터 서비스센터 직원 직접 고용 방침을 보고 받고 흔쾌히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부를 매각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서비스센터 직고용 결정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기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직고용 발표 당시 LG전자 대표이사 CEO 조성진 부회장도 “고객과의 접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직접 나서 결정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과 결과를 두고 노사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약속 5개월만에 협상 타결, 일부 서비스기사 반발 확산

LG전자는 그동안 서비스센터가 선출한 대표 12명과 세부 협상을 진행했고 직접고용 이후 인사체계와 임금, 복리후생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지난 13일 합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직접 고용 이후 받게 될 임금은 근무시간, 수리건수 등이 동일할 경우 기존 대비 30%가량 상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복리후생도 LG전자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돼 전체적인 처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측의 이 같은 발표이후 일부 서비스센터 수리기사들이 설명하는 상황은 달랐다. 임금은 도리어 줄어들었고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KBS 9시뉴스>보도에 따르면 LG전자 서비스센터에서 18년째 일 해온 직원 A씨는 정규직 전환 시 연봉이 2000만원 넘게 줄어든다고 호소했다. A씨는 “실질적으로 급여의 40~50%가 줄어드는 정규직을 (추진)하고 있다”며 “많은 기사들이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규직 임금체계는 5년 단위로 평균금액이 산정되는데 지난해 7000만원대 연봉을 받은 한 10년차 기사의 경우 5600만원 수준으로 최고 3000만원까지 감소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으로 얻게 되는 복리후생도 연간 440만원 수준에 그친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주 52시간 근무하게 되는데 이 또한 출장 서비스 업무 특성상 정시 퇴근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협상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불거졌다. LG전자 측은 노동자 대표단과 원만하게 합의를 이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직원들은 협의 당사자인 서비스센터 직원은 배제된 ‘밀실협상’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부 협력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해 금속노조 LG전자서비스지회가 탄생했다. 현재 3900명 전체 직원 중 900여명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비스지회는 정규직 협상에서 사측에 우호적인 기존 한국노총 노조만을 협상대상으로 삼고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서비스센터 대표단 12명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측과 협상을 위한 대표단은 한국노총 산하 LG전자 노조 배상호 위원장과 서비스센터장 6명, 센터장이 선정한 서비스센터 엔지니어 6명으로 구성됐다. 정작 정규직 전환 주장을 해온 LG전자서비스지회는 협상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LG전자, 기존 노조 ‘일방통행’…노사 삼각관계 갈등 키웠다?

기존노조는 29년간 LG전자와 분규가 없었다. 사실상 사측에 우호적인 노조이기 때문에 사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섭이 흘러갔을 것이라는 게 서비스지회 측의 우려다.

금속노조 산하 LG전자 서비스지회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전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직고용 협상이 사실상 사측의 ‘일방통행’이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서비스지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LG전자는 직고용 발표 직후부터 세부내용 협상을 한국노총 LG전자노동조합과 진행해왔다”며 “심지어 협상장에 들어가는 LG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대표들은 녹취와 사진촬영을 금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LG전자는 3월 12일 ‘직접고용 최종안’을 발표하고 어떠한 추가 의견 수렴도 없이 3월 14일 채용공고를 냈으며 3월 18일 채용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강요와 협박으로 밀어붙이는 정규직화는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철 서비스지회 지회장은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 자체도 일반 노동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규직화 협의과정에서 수리기사들에게 한국노총에 가입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KBS 9시뉴스>보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LG전자 노조 간부는 지난해 11월 노조 설명회에서 “LG전자에 다니면서 노동조합이 다르다면 결국 (민주노총에 가입한) 그 사람은 도태됩니다, 도태”라고 발언했다.

또 “직고용이 되더라도 민주노총 가입자는 우선순위 정리해고 대상자다”라는 등의 발언을 수시로 들었다는 증언도 공개됐다.

자기도 모르게 가입되는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해당 보도에서는 한 수리 기사가 “가입됐다고 문자가 와서, 사인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가입이 됐냐”며 의아해하는 녹취내용도 공개됐다.

결과적으로 LG전자가 직접고용하게 될 3900여명 가운데 현재까지 90% 이상이 한국노총 산하 LG전자 노조에 가입됐다. 

금속노조 소속 서비스지회를 중심으로 일부 수리기사들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을 기반으로 정규직 전환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 기사들의 불만과 소수 노조와의 갈등이 앞으로 정규직화 이후 중요한 분쟁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이 같은 노사관계 잡음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가 비정규직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 설립을 시행했지만 교섭창구도 단일화하며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노조 1곳만 교섭권을 갖고 사측과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센터 노조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복수노조 체제가 된 LG전자로서는 노조간 입장차가 커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협상이 장기화 될 경우 결국 경영상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무리하게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 지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에어컨 설치 및 수리가 집중되는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자칫 서비스센터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직원 들의 주장처럼 주 52시간 제도의 무리한 적용 등 사측의 협상안이 근무 환경에 큰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직고용 이후에도 직원들의 불만을 키울 수 있어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이에 대해 LG전자는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는 대표성을 가진 서비스센터 대표단과 협상을 이어 왔고 지난 13일 최종 타결했다”며 “전국 130여 개 센터에서 각각 1명의 대표를 정하고, 13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투표를 통해 전국 6개 권역의 대표와 부대표로 구성된 대표단 12명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 5차례의 협상이 있었고, 협상이 있을 때마다 대표단이 각 센터의 대표(130여 명)에게 설명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협상으로 임금이 도리어 줄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입사 이후의 임금 수준은 기본급 체계가 강화돼 근무시간, 수리건수 등이 동일할 경우 기존 대비 약 30% 상승한다”며 “복리후생도 LG전자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임금과 복리후생을 모두 고려하면 처우가 50% 정도 개선된다. 다만, 개인별로 편차는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가입 회유 주장에 대해서도 “LG전자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본인의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노조 가입비도 본인의 자발적 의사로 납부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에 반한 노조 가입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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