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매출 60% 아시아나, 핵심 계열사 이탈
그룹 총자산 4조원 축소, 중견기업 수준 추락
박삼구, 복귀 4년만에 또 다시 그룹 해체 위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뉴시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핵심 계열사가 매각되면서 금호그룹의 규모는 중견기업 수준으로 주저 앉게 됐다. 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금호그룹은 15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의 면담에서 아시아나 항공 매각의사를 전달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사실상 그룹 해체

앞서 금호그룹은 지난 10일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채권단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자구안에는 3년안에 경영정상화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사실상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반려했다. 이에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부족을 그룹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조건 없이 아시아나항공 매각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게 됐다. 

그룹은 아시아나 매각 주간사 선정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방식은 지분 매각과 3자 유상증자를 묶은 방식진행 되며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함께 ‘통매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항공 지분 6868만8063주(33.5%), 박삼구 전 회장의 아내와 자녀가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13만3900주(4.8%),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사장의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42.7%)도 담보로 내놓는다. 또 앞서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제시했던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 조건도 유지된다.

금호그룹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안을 채권단에 제출했고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될 경우 금호그룹은 지금의 절반 이상으로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으로 전체 지분의 33.47%를 갖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금호그룹 전체 매출액이 9조7329억원인데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만 6조2012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통매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아시아나IDT는 물론 보유지분이 높은 계열사의 이탈도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매출 비중은 그룹 전체의 73.8%(7조1834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에 주요 자회사까지 이탈하게 되면 금호그룹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4894억원에서 4조5000억원대로 주저앉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인 자산총액 5조원에도 미치지 못해 대기업 지위도 잃게 된다. 재계 순위도 60위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패한 박삼구 경영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결국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도 막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도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전을 앞세운 공격 경영이 또 다시 그룹 전체 부실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호그룹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의 무리한 인수로 그룹 해체 수준의 위기를 맞이한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회사를 재계 서열 7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무리한 인수가격을 써낸 뒤 이에 따른 재무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위기에 빠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건설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의 일종인 자율협약을 맺었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듬해 복귀한다. 그는 2015년 다시 ‘그룹 재건’을 내세우며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금호산업 인수에 나선다. 인수자금만 무려 7300억원이 동원됐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한 자금 동원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재무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814%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1634억원이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부채도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결국 또 다시 불거진 유동성 위기에 책임을 지고 박 전 회장은 지난달 말 경영에서 물러났다. 또 채권단의 요구로 다시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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