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장 “견제 극복하는 것이 1위 사업자 숙명”
삼성전자, 발언 이튿날 결함 인정하고 출시 연기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뉴시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최근 폴더블 폰을 출시한 삼성이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지나친 옹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의 발언이 나온 이튿날 삼성이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고 출시를 연기하면서 사실상 실언을 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 22일 본사에서 열린 ‘행복 커뮤니티 ICT 돌봄 서비스’ 론칭 행사에 참석해 삼성의 세계최초 폴더블 폰인 갤럭시폴드가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갤럭시폴드의 미국 예약판매가 이뤄진 직후 언론 등을 통해 결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박 사장은 “갤럭시폴드를 써봤는데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며 “아무래도 삼성전자는 견제 당하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견제를 당해도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1위 사업자의 숙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사장의 발언 이후 온라인에서는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옹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장서서 삼성을 비호하는 SKT를 풍자한 그림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박 사장의 옹호발언과 관련한 기사 게시물에 “실드가 엄청나다. 언론도 모자라 통신사까지”, “5G 폰이 갤럭시랑 S10이랑 V50밖에 없는 상황에 뭐라도 한대 더 있어야 팔아먹지”, “박정호라는 사람은 IT전문가인가요? 기기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게 아는 사람인 것 처럼 얘기하네요”라며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누리꾼들의 비판은 5G 서비스를 시작한 이통사가 디바이스의 출시 지연에 따른 매출 저하를 우려해 적절한 선에서 옹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LG전자의 V50에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까지 출시가 연기되면서 5G 서비스는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갤럭시폴드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5월 중순 경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길게는 2개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삼성은 지난 13일 미국법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폴드의 예약판매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이 리뷰용으로 받은 갤럭시폴드에 대한 결함을 잇달아 보도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블룸버그의 IT전문 기자는 “갤럭시폴드 화면이 이틀 만에 완전히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사안을 촉발시켰다. 이어 CNBC, 타임, 버즈피드 등 미국 내 매체를 비롯해 유명 유튜버들이 비슷한 반응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때문에 SK텔레콤 박 사장의 발언은 삼성을 비호한다고 비춰질만한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삼성은 23일 공식입장을 통해 결함을 인정하고 출시를 연기했다. 삼성은 “회수한 제품을 검사해보니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라며 “이에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 사장은 국내외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통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셈이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박정호 사장의 발언이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떤 의미를 둔 것이라기보다는 가볍게 발언한 것이다. 진지하게 말한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라며 “그렇게 까지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는 안 비춰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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