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 65원 오르니 편의점에선 140원 인상
한해 36억병 소비되는 소주, 서민의 술 옛말?
종가세서 종량세로 전환되면 소주 가격 더 올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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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최근 하이트진로가 대표적인 서민술인 소주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소주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주류세 개편도 앞두고 있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소주의 출고가 60원 정도 상승하면, 편의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소주가 출고가 인상에 맞춰 100~200원 오르고, 음식점의 소주 가격은 500~1000원 가까이 상승해왔다는 점에서 소주를 즐겨 마시는 서민들에게 부담될 전망이다. 

앞선 인상 사례를 볼 때 소주 가격 인상은 통상 3∼4년에 한 번씩 이뤄졌다. 2007년과 2008년, 2012년, 2015년에 각각 참이슬 가격이 인상됐다.

하이트진로 측은 원부자재가격, 제조경비, 유통비용 증가 등 원가 상승 요인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세 개편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값을 올렸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이나 5월 초 주류세 개편이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류세 개편은 국산맥주 역차별 문제로 인해 지난해 주류업계를 휩쓸었던 맥주 종량세 개편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추진키로 한 상황이다.

만약 소주까지 종량세 적용대상에 포함될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종가세에 비해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고가 65원 올랐는데…편의점 2배 넘게 올라

지난 1일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들은 일제히 참이슬 소주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이날부터 출고가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고가와 2배이상 차이나는 가격인상에 출고가 인상을 핑계로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소주의 출고가를 1015.7원에서 1081.2원으로 65.5원(6.45%) 인상했다. 인상한 가격에 맞춰 편의점들은 참이슬 1병 가격을 1660원에서 1800원으로 140원 인상해 8.4% 상승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출고가가 65원 올랐다고 65원만 올리긴 어렵다. 그런 만큼 딱 떨어지게 1800원으로 맞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140원 인상이 편의점의 수익성보다는 소비자와 점포의 계산 편의를 위해 올렸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1500원이었던 소주가 2015년 출고가 인상에 맞춰 160원을 올려 1660원에 팔았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다. 

또 아직 인상된 소주가 점포에 입고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1800원으로 출고가 인상과 함께 올렸다는 것은 꼼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편의점과 달리 대형 마트들은 출고가가 인상된 제품이 입고되면 인상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출고가 인상 이후 소매가 인상액이 출고가 2배만큼 커졌고, 음식점에서의 소주 가격은 그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이른바 ‘소주 5000원’ 시대가 열리는 것. 

출고가 인상액이 65원이지만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1000원 인상은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 5.62% 가격을 인상한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 병제품(360㎖) 출고가는 1015.7원이었으며, ‘처음처럼’ 제조사인 롯데주류 역시 비슷한 시기에 소주 가격을 인상해 2016년 1월에 출고가를 올려 360㎖ 병제품을 1006.5원에 출고했다. 

출고가가 오르자 당시 시중 식당에서는 2500~3000원 하던 소주가격이 3000∼4000원대로 인상됐다. 약 500~1000원 상승했다. 

‘서민의 술’ 소주 주류세 인상 논란에 개편안 연기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주류세 개편도 소주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이나 5월 초 주류세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종량세와 관련해 주류업계 내 일부 이견이 있어 조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토되고 있는 주류세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술에 매기는 주류세를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는 ‘종가세’ 대신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것이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소주나 위스키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를 생산, 판매하는 쪽은 세금이 높아지게 된다. 

소주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1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뒤를 잇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해 36억병이 소비되는 ‘서민의 술’ 소주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저항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서민들과 밀접한 맥주와 소주 등의 가격을 올리지 않는 범위에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논란이 커지자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애초 정부가 4월 말이나 5월 초 발표를 목표로 주류세 개편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었지만 지연되고 있음을 말씀드린다”며 “주종 간, 동일 주종 내 업계 간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일부 있어 조율과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술과 관련한 주류세 개편은 50여년 간 유지된 종가세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라고 소개한곤 “소비자 후생, 주류산업 경쟁력, 통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을 세밀히 짚어봐야 하기에 개편안이 다소 늦어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일부 업체가 맥주와 소주 가격을 올린 데 대해 “주류세 개편으로 주류 가격이 인상되리라는 국민적 오해가 형성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소주와 맥주 가격 변동이 없다는 전제 때문에 오히려 개편이 꼬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꼬이는 것은 아니고 조율을 해야 할 상황이 있다”며 “(가격 변동 없는) 기본 원칙은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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