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사 합치 이뤄지지 않아 총수 결정 못해
공정위, 동일인 지정 안 되면 직권 지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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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진그룹이 새로운 총수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원태(45)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 삼남매의 경영권 분쟁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故조양호 회장의 지분 상속에 따라 삼남매 중 누구라도 지주사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만큼 내부적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총수 지정이 미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발표가 늦어지면서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 즉 총수와 소속회사의 개요 및 특수관계인 현황 등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올해 대기업집단 발표는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후일로 미뤄졌다. 공정위는 “한진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5월 8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라며 “지정일자까지 자료를 제출해 지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정한 자료제출 마감일은 오는 15일이다. 공정위는 이후에도 동일인 지정이 안 된다면 직권 지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이와 관련 총수 결정에 대해 그룹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변경 신청을 못했다고 소명했다. 

업계 내외에서는 내부 의사 합의가 늦어지는 상황을 두고 삼남매의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남매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어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상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누구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남매의 한진칼 지분 보유 현황은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2.31%, 조현민, 2.30%으로 큰 차이가 없다. 

삼남매가 균등하게 지분을 나눠 갖는 방법도 자연스럽지만 이 경우 2대주주인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서기 어렵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 2.18%를 추가 매입하며 14.98%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따라서 누가 최대주주가 되든 나머지 두 형제의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공교롭게도 고 조양회 회장 역시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2002년 별세한 후, 형제들과 유산 배분을 놓고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그는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한진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총수 지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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