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년 영풍공화국 시대 막 내릴 때가 왔다
[기자수첩] 50년 영풍공화국 시대 막 내릴 때가 왔다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9.06.1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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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최근 환경부 조사 결과 하천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된 사실을 사죄하는 한편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겠습니다.”

최근 영풍석포제련소(이하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대구지방환경청과 환경부 합동조사결과와 관련해 영풍그룹이 발표한 사과문 일부다. 기자는 ‘영풍공화국의 그림자’ 연재 기사 작성을 최종 마무리하고 첫 발행을 하루 앞둔 저녁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다행이다’, ‘잘 됐다’는 생각과 함께 문제해결의 첫발을 내디딘 이 중요한 시점에 과연 석포제련소의 어두운 민낯을 그린 이 연재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과연 옳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다음 날,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신기선 공동집행위원장과의 통화에서 “보여주기 식”이라는 그의 말에 기자의 고민은 정리됐다. 잠시나마 피어오른 석포제련소 갈등 해결의 불씨가 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1970년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설립된 석포제련소는 50여년째 승승장구 중인 국내 제일의 아연제련소다. 석포제련소가 인근 주민들의 생계 및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보니 일대 지역은 ‘영풍공화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봉화군을 먹여 살리는 효자인 줄만 알았던 석포제련소. 그 어두운 민낯은 2017년 석포제련소 제3공장이 설립이 최종적으로 승인됨에 따라 서서히 드러났다. 제3공장은 2005년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2t 이상 10t 미만인 제4종의 소형 대기배출사업장으로 설립 신고됐지만, 80t 이상에 달하는 특정대기유해물질 1종 사업장으로 불법 가동돼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봉화군청은 불법건축물 철거명령 조치를 내렸지만 영풍그룹은 이행강제금으로 마무리한 후 양성화를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봉화군은 이를 승인했다.

환경단체는 적극 반발했다. 공대위까지 결성하며 석포제련소 고발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토양정밀조사와 환경영향조사, 관계기관의 합동점검 등이 이뤄져 오염 실태와 수십건의 환경법 위반 사실이 낱낱이 밝혀졌다. 또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영풍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영풍은 일부 위반 사실에 대한 경북도의 조업정지 처분에도 불복하고 과징금으로 갈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공장이 폐쇄되거나 조업이 정지될 경우 제련소 직원과 협력업체 주민들의 생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실제 석포제련소 문제는 생계와 환경 및 주민 건강을 둘러싼 입장 차로 지역 내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상태다.

그동안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해오던 영풍의 공식 사과와 제련소 내 카드뮴 공장 폐쇄 조치는 이례적인 대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 여론이 여전한 이유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연을 생산하기 위한 정광을 제련소 내부로 이동해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정광에 포함된 카드뮴이 비산돼 낙동강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단순히 카드뮴 생산라인을 없앤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영풍에서 내놓은 이번 조치는 석포제련소 문제를 뿌리 뽑진 못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은 분명하다. 이를 발판 삼아 환경오염 및 지역 주민의 건강 및 생계, 지역 경제 유지 등의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복합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최선책에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꺼져버린 석포제련소 갈등 해결의 불씨가 다시 피어올라 봉화군을 밝게 비출 만큼 활활 타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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