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대 집단 성희롱 사건 관련 추가 자료 <자료 제공 = 정치하는 엄마들 등>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서울교육대학(이하 서울교대) 집단 성희롱 사건’ 가해자들이 논란 이후 반성은커녕 또다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발언으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입힌 정황이 포착됐다. 시민단체들은 이 가해자들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영구적으로 분리하는 등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교대 집단 성희롱’ 논란은 지난 3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 일부가 소속된 소모임에 관한 대자보에서 시작됐다. 해당 대자보에 따르면 가해자들이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책자를 만들고 남자 신입생과 졸업생만 참여하는 대면식에서 얼굴·몸매에 등급을 매기는 데 활용하는 등 성희롱을 했다. 또 예비교사 및 현직 교사들이 참여한 SNS 단체대화방에서 동기 여학생과 초등학생 제자들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정황도 확인됐다.

향후 교단에 설 교육자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자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청와대 청원게시판과 각종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재학생 및 현직 교사 등 가해자들을 퇴출하고 엄중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와 정치하는 엄마들 등은 지난 17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가해자들이 주고받은 대화내용이 담긴 추가 증거자료 공개했다.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우리끼리 논다는 데 왜 자기들이 하지 말라고 XX이야. 법대로 놀겠다고 통보해라”, “꿀릴 게 없다”, “X 밟았네”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 교수를 성적대상화 하거나 노출이 심한 화보집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는 등 왜곡된 성인식을 드러낸 대화내용도 확인됐다.

서울교대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인정하고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져 재학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징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내린 징계는 가해자 중 재학생 11명에 대한 2~3주 유기정학 및 12~20시간의 상담 교육 이수 명령이었다. 이미 졸업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에서 현직교사 및 임용대기자인 가해자들을 파악하고 조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감사 진행 중에 있다. 게다가 졸업생 일부는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 등은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2차 가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가해자들이 계속 교사로 남게 되면 우리나라의 미래인 학생들도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아이들을 누구보다 먼저 보호해야 할 교사가 되레 위협하고 있다. 이를 계속 방관한다면 안전한 학교와 평등한 교육은 실현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3월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의 미투운동 지지 및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해 3월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의 미투운동 지지 및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해 4월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것을 계기로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발발했다. 피해 폭로는 일파만파로 확산됐지만 이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치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미흡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공개한 ‘스쿨미투 확산 학교 현황’에 따르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 신문고로부터 제보된 스쿨미투 학교 65곳 중 수사가 진행 중인 곳은 27곳으로 조사됐다. 또 징계가 완료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가해 교사 징계를 보류하고 직위해제 조치만 내린 학교는 10곳에 달했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미흡해 스쿨미투가 본격화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학교에서의 성폭력·성희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 역시 예비 및 현직 교사들이 가해자라는 점에서 스쿨미투 운동의 연장선으로 교육계 성인지 감수성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로 보고 학생과 학부모,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교육부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치하는 엄마들 김정덕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1년 동안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제기됐다.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졌지만 교사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다. 교사들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고 싶지만 아직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성 평등 교육을 필수과정으로 넣고, 현재 교단에 있는 교사들에 대해서도 페미니즘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이행하는 등의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학교 자체 내에서의 관심을 갖고 문제를 예방·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 교육부가 다 함께 이 문제를 소통하고 대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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