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제약 10개사 한해 매출 1조 3000억원
불매운동 확산 속 일반의약품 대체품 소개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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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일본의 노골적인 경제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와 국내에서 일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제약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일본계 제약사도 다수 진출해 있는 상태다. 따라서 향후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장기화 될 경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일본 의약품이 대부분 전문의약품이고 몇몇 일본 의약품을 제외하고 처방하기 어려우며, 가능하더라도 의사가 처방하는 한 환자가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의료계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긴 힘들다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노노재팬,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대체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소개 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규모는 단연 미국에서 들어오는 량이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의약품도 미국에 이은 2위 규모로 지난 2018년 기준으로 9억2796만 달러 규모다. 이중 원료의약품을 3억336만 달러, 완제의약품을 2억6666만 달러치 수입했다. 

따라서 일본이 의약품에 대해 규제품목을 지정한다면 피해를 피할 순 없는 수치다. 하지만 원료의약품의 경우 중국 등 제3국에서 수입해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국내 진출 일본계 제약사 급성장세 멈출까?

현재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제약사들은 약 20개사로 대부분 한일 합작 기업 형태다. 이중 의료기기 등을 포함해 소규모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를 제외하고 금융감독원에 매출 공시를 하는 곳은 약 10개사다. 

이들 10개사는 한국아스텔라스, 한국다케다, 한국에자이, 한국오츠카, 한국다이이찌산쿄, 한국산텐, 한국쿄와하코기린, 미쓰비시다나베파마, 한국오노약품공업, 한국코와 등이다.

지난해 10개사는 1조29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11.89%의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92억원으로 전년대비 31.32%가 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중 매출 1위를 기록한 한국아스텔라스는 일본 아스텔라스가 100% 지분을 가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804억원, 영업이익 222억원, 당기순이익 155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중 91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65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세계 판매 1위 비타민B 브랜드인액티넘, 종합감기약 브랜드 화이투벤, 국내 판매 1위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 3개 브랜드가 국내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일반 의약품 분야에서 2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2166억원, 영업이익 98억원, 당기순이익 123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계 제약사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자이는 성장세가 가빠르다. 지난해 매출 1979억원, 영업이익 290억원, 213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 23%, 당기순이익은 41% 성장했다. 

한국오츠카가 뒤를 잇는다. 지난해 매출 1617억원, 영업이익 312억원, 당기순이익 2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 55%, 당기순이익 46%가 성장한 수치다. 

특이점은 한국오츠카가 공개하는 감사보고서가 유일하게 한자로 공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보고서에는 ‘외부감사 실시내용’을 제외하고 주석,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의견, 재무제표가 일부 조사를 제외하고 모두 한자로 표기돼 있다. 

감사보고서를 한자로 표기하는 것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으로서 경영정보를 알려야 하는 공시의무를 수행하기에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자표기를 늘리고 있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일본법인 다이이찌산쿄가 100% 지분을 가진 기업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30%가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1588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당기순이익 87억원을 기록한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전년대비 매출 33%, 영업이익 22.3%, 당기순이익 21.9% 급성장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제약업계로 확산될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들 제약사가 판매하는 제품 중 일반인에게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은 불매리스트에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계 제약사들 대부분 전문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약사회 등은 품목 특성상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의약품이 정치적 사안으로 인해 약품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이 훼손돼선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라북도약사회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불매운동을 선언한 것.

이번 입장 발표는 약사단체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약사회 서용훈 회장은 “단순하게 일본 의약품 등 제품을 못팔게 한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본 정부를 향한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일본이 직접적으로 느끼고 사과할 때까지 약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일본 의약품 등에 대한 판매 부분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약사가 수입해 판매하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도 없고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제품을 국내 동일 효능 중에서 추천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불매운동 방식을 소개했다. 
 
약쿠르트로 잘 알려진 약사 유튜버는 지난 16일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본 약 알아보고 대체품도 알아 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유튜버는 알보칠(구내염 치료제)은 페리터치·알보제로·애니메디, 화이투벤(종합감기약)은 파워콜·씨콜드·오메코정, 화이투벤 스프레이(알레르기 비염 치료제)는 시원타조아·오트리빈, 카베진(소화효소제)은 제트유정, 아이봉(눈세척제)은 아이컵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티넘(비타민제)은 마그비 액티브정·비맥스 메타정, 브이 로토 시리즈(점안액)는 프렌즈 아이드롭 점안액·나조린 점안액, 루핑 점안액(인공눈물)은 유앤아이 프레쉬·프렌즈 아이엔젤 마일드, 미니온 플라스타(파스)는 안티푸라민 코인플라스타·페노스캅 플라스타, 용각산(기침·가래 약)은 다수의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노노재팬에도 의약품 리스트가 올라왔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포함된 의약품은 액티넘을 비롯해 카베진, 알보칠, 화이투벤, 케어리브,  맨소래담 등으로 전부 일반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없이 소비자가 직접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위 약쿠르트와 리스트가 비슷하다.

노노재팬에는 이용자가 직접 일본 브랜드 상품과 대체상품 정보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 대상으로 등록되는 의약품 리스트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서의 매출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日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해도 대체수단 충분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 제한 조치에 원료의약품 수출도 제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대체로 안심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 원료의약품 등을 대량 수입하고 있지만 의약품을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다하더라도 중국 등 제3국에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대되고 정부가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바라고 있지 않다. 갈등이 지속되고 일본의 규제가 장기화 되면 제약산업에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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