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OI가 블랙박스를 회수한 뒤 고압의 물로 VDR(블랙박스)를 세척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지난 2월 17일 OI가 블랙박스를 회수한 뒤 고압의 물로 VDR(블랙박스)를 세척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 데이터 추출 결과 운항정보가 확인됐으나 선원들의 최후 음성은 복구하지 못했다.

29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영국의 한 전문업체에 의뢰한 스텔라데이지호 VDR 데이터 추출 결과를 수령했다.

이 VDR은 지난 2월 17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도중 심해 3400m에서 발견됐다. 스텔라데이지호의 VDR은 총 2개인데 당시 심해수색에서는 1개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해당 VDR의 데이터 칩은 총 2개로, 이 중 1개는 개봉 당시 이미 금이 가 있어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개의 데이터 칩에서는 7%의 데이터가 복구됐다.

대책위는 “VDR 데이터를 추출한 업체는 심해에서 회수한 VDR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사례가 10건도 넘는 업체”라며 “이 업체는 스텔라데이지호의 VDR 데이터 칩처럼 금이 가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심해 수중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 VDR 데이터 칩이 훼손된 경위에 대해서는 의문투성이”라며 훼손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수를 지적했다.

대책위가 지적한 첫 번째 경우의 수는 심해수색 업체인 오션 인피니티(이하 OI)의 VDR 하단 부속물 제거 및 세척 과정에서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다.

OI가 VDR을 회수한 뒤 VDR 캡슐 하단 부속물을 제거하고 고압의 물로 단자 부분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손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경우의 수는 VDR을 보관하는 극초순수액(DI워터)을 교체하지 않아 손상됐을 가능성이다.

미국 교통안전국(NTSB)은 VDR을 회수한 이후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극초순수액에 보관하도록 하며, 극초순수액을 정기적으로 교체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OI는 한국정부에 VDR을 인계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극초순수액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OI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이전에 단 한 번도 VDR을 회수한 경험이 없는 업체”라며 “VDR회수 이후 데이터 추출 전까지 3주 동안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데이터 칩 손상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해수색 당시 OI의 심해수색선박에는 외교부 관리감독자가 단 한 명도 승선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OI의 VDR 관리에 대해 “한국정부는 OI에 VDR 캡슐 하단 부속물 제거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OI가 한국정부의 지시 없이 일방적으로 VDR 캡슐 하단 부속물을 제거한 점, 고압의 물로 단자 부분을 세척한 점, 3주 동안 극초순수액을 단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점 등이 데이터 칩 훼손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감독자가 없는 상황에서 용역 업체가 벌인 참사”라고 주장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허재용 2등 항해사의 누나 허영주씨는 “가족들은 애초에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 2개를 모두 찾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외교부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에만 회수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했다”며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동생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나머지 1개의 VDR을 반드시 찾기 위해 2차 심해수색을 실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 미회수 된 나머지 1개의 VDR 회수 등 사고원인 규명과 발견된 유해수습 및 추가 유해수색을 위한 2차 심해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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