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2015년 5월 15일, 2016년 1월 24일, 2019년 7월 23일에 촬영된 이육사 순국지 <사진 제공 = 청원자 김태빈씨>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일제강점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고자 죽음으로 항거한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순국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육사-이원대 열사가 쓰러져 간 순국지가 사라져서야 되겠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독립기념관에서 운영하는 국외독립운동사적지에 따르면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운동을 해온 이육사는 1943년 베이징에서 머물다 그해 말 잠시 국내로 입국한 사이 체포됐다. 이후 베이징으로 압송된 이육사는 북경에 있던 일본총영사관에서 옥살이를 했다.

원래도 폐병으로 몸이 약했던 이육사는 추운 감옥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먹지도 못해 결국 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육사가 순국한 곳은 ‘북경시 내일구 동창호동 1호(北京市 內一區 東昌胡同 1号)’이다. 이곳에서는 이육사보다 7달 전에 조선의용대원으로 할동한 이원대 열사가 순국하기도 했다.

국외독립운동사적지 홈페이지에는 이육사 순국지에 대해 ‘2019년 3월 27일 불법증축 및 양도된 건축물에 대한 정비 통지문이 부착돼 있으나, 철거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올해 7월 이육사 순국지를 직접 방문한 청원자의 말은 달랐다.

청원자는 “올해 제헌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광복군에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었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결집했다’고 밝혔다”며 “그 조선의용대는 의열단-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조선민족혁명당의 흐름에서 탄생 가능했으며, 이육사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제1기 졸업생으로 항일의 최전선에서 싸운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원자는 “2019년 7월, 2년 만에 다시 이육사 순국지를 찾았을 때 선생에 대한 송구함을 금할 방법이 없었다”며 “중국 주민들이 반대해 안동에서 가져간 술을 문밖에서 올리고 헌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함께한 이육사 선생의 유일한 혈육 이옥비 여사님은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고 전했다.

그동안 독립운동사적지 관리 부실 문제는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독립유공자 등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애국심 함양을 위해 ▲현충시설의 지정 기준 및 절차 ▲‘현충시설법’ 제정 추진 ▲현충시설의 보존·관리방안 수립 시행 등 국가주도로 현충시설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에 독립운동사적지에 대해서도 한인단체, 해외진출기업, 재외동표 등을 대상으로 현지 관리기관 또는 명예관리자를 지정 운영하는 등 보존관리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외 주요 현충시설 및 독립운동사적지에 대한 보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원자는 “(이육사 순국지는) 베이징의 명동이라 불리는 왕푸징 거리 끝에 위치해 언제라도 도시 개발로 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초치를 취하고, 독립운동을 소개한 전시관이 생기길 바란다는 등의 국민의 염원과 상상이 실현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국외 사적지 보존 및 관리 노력 강화할 것”

국가보훈처는 그동안 이육사 순국지 보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성과가 없었다는 한편 향후 중국정부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본지에 “이육사 순국지에 대한 표지물 설치를 추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독립기념관의 확인 결과 현재 이육사 순국지에 대한 건물의 안전을 위한 불법구조물에 대한 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철거여부를 계속 확인할 예정이며, 이육사 순국지임을 알리는 표지물이 설치될 수 있도록 중국정부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또 “현재 국외에 산재한 사적지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하여 실태조사, 복원사업, 전시교체, 개보수 등의 사업을 소유국가의 제도와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며 “독립운동사적지가 소재한 국가·지역별 실정에 맞게 독립기념관, 재외공관 등과 기관 간 협조체계 구축을 강화하고 한인동포, 현지 기념관 및 학술기관, 현지 진출 기업체 등 민간단체와 협업 등을 통해 사적지 보존 및 관리 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향후 국외 사적지 관리에 관한 계획도 밝혔다.

“한·중 함께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야”

이와 관련해 역사학자인 이종우 박사는 이 같은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육사 순국지가 놓인 위기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고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독립운동 유적지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육사 순국지가) 위치한 곳은 중국 땅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함부로 할 수 없다, 중국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국가라는 점, 국민의 염원대로 사적지를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보호하기 위한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사적지 보호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본다면 우선 한·중이 합동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방법이 있다”며 “예를 들어 의열단의 항일활동 지역에서 유적을 발굴하는 등 한·중이 아시아의 평화와 두 나라의 주권을 위해 싸웠던 곳부터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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