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시스

【투데이신문 차재용 기자】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전략물자 수출허가 지역별 구분에서 ‘가’보다 강한 ‘나’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되 개별허가 신청 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 심사는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 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가의2’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여기로 분류하기로 했다”며 “‘가의2’ 지역은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 가운데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포함한다”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매년 1회 이상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했다. 올해도 고시 개정 방안을 검토했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날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성 장관은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 공조가 어렵다”면서 며 “이를 감안한 수출통제제도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살펴보면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가’ 지역에 포함되며 이외에 국가는 ‘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2개 지역으로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전략물자 수출지역 구분은 앞으로 총 3개 지역으로 나눠 운영될 방침이다.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나’ 지역의 수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고 있는 사용자포괄허가의 경우 ‘가의1’ 지역에만 허용하고 ‘가의2’ 지역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허가를 내준다. 이러한 예외적인 허용은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 또는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야만 가능하다. 

개별수출허가의 경우 제출서류가 ‘가의1’ 지역은 3종이 필요하지만 ‘가의2’ 지역은 5종이 필요하다. 일본으로 수출하려는 기업은 기본 서류인 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 영업증명서에 추가로 최종수하인 진술서, 최종사용자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별허가 심사 기간의 경우 ‘가의1’ 지역은 5일 이내인 반면 ‘가의2’ 지역은 15일 내다.

현재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정부는 국제 수출통제체제 기본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용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가의2’ 지역으로 넣겠다는 방침이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관계부처장관회의 이후 실무적인 보완 작업을 거쳐 이 같은 개정안이 나왔다”며 “다양한 대안이 검토됐다”고 말했다.

WHO 협정 위반? “선례 따라 적법 진행”

이처럼 한국 정부가 12일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본의 차관급 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WTO 협정에는 회원국은 위반 여부를 직접 판단해 일방적 무역조치를 취하지 말고 WTO 분쟁해결제도에 회부한 뒤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무성 부대신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조치에 대해 “이것이 일본의 수출관리조치 재검토에 대한 대항조치(보복조치)라면 WTO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유인지 세부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미묘한 전략물자는 거의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다지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확인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한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복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태성 실장은 “이번 조치는 국내법과 국제법 선례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상응조치가 아니다”라면서 “WTO 제소와 관련해서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통상적인 고시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 의견수렴과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된다.

성 장관은 “의견수렴 기간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삼고 이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어 7일에는 한국을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수출지역 분류 체계를 백색국가와 일반국가에서 A, B, C, D 등 4개로 세분화하고 기존 백색국가는 그룹 A에 배정하면서 한국을 그룹 A에서 B로 강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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