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노조 “평소 심장질환 지병 앓아 ”
공동행동 “열악한 휴게환경 책임져야”

고인이 사용한 휴게실 <사진 출처 =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서울대학교 공과대 휴게실에서 숨진 60대 청소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낮 12시 30분경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302동)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청소노동자 A(67)씨는 동료 노동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서울대 등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았고, 수술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며, 학교 측이 사망 노동자를 열악한 업무환경에 방치한 데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인이 사용한 휴게실 <사진 출처 =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열악한 근무환경 탓으로 보긴 어려워”

서울대학교노동조합(이하 서울대노조) 측은 업무환경이 열악하고 처우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A씨의 사망이 열악한 업무환경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대노조는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더운 날 근무하시던 중에 사망했다면 업무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있었겠지만, 휴식 중에 돌아가셨고 평소 심장과 관련된 치료를 받아 왔고 수술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확인돼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창문과 에어컨이 없고 가건물을 지어 휴게공간을 만든 등 시설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노조에서 (업무환경에 관한) 개선을 요구했고 일부 변화가 있었다. 다만 휴게실은 근무지가 아니고 옷 갈아입고 잠깐 쉬는 공간이기 때문인지 추가로 개선된 부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열악한 업무환경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인이 사용한 휴게실 <사진 출처 =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비인간적 업무환경 방치에 대해 책임져야”

그러나 서울대 노동자-학생 연대기구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67세 고령의 노동자를 무더위에 비인간적인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 것은 사용자인 서울대 측의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공동행동은 14일 성명을 통해 “고인이 사망하신 날 기온은 35도였다. 8068평에 달하는 건물을 매일 새벽 출근해 쓸고 닦던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공간은 고작 한 평 남짓이었다”며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에어컨은 당연히 없으며 계단 아래 간신히 마련된 덥고 비좁은 공간, 지하 구석에 위치해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던 그곳을 고령의 노동자들은 휴게실이라 부르며 이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동행동 소속 대학노조 서울지부 홍성민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강한 사람도 날 더울 때 내집에 창고나 잘 사용하지 않는 방에 들어가면 숨이 막히고 힘이 드는데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면 더 문제지 않겠느냐”며 “휴게실이 지하에 있고 냄새가 심하며, 겨울에는 추워서 휴게실에 나 있는 구명을 휴지로 막아가며 사용했다.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고령의 노동자를 고용하고도 그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 방치한 것은 분명 사용자인 학교 측의 잘못이며 지금이라도 학교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살아생전 고인에게 갖추지 못했던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행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큰 규모의 재원을 운용하며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학에서 이 같은 죽음이 발생한 것은 심각하게 잘못됐다”며 “학교 측은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선을 그으려 한다. 이곳이 대학이라면, 고인의 노동에 의해 학교의 일상적 운용이 지탱돼왔다고 생각한다면 사과부터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다. 이 땅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비극이다. 이런 일이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서울대는 학내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실태를 전수 조사해 열악한 휴게 공간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고인을 고용해온 사용자로서 이제라도 고인을 살아생전에 비인간적 환경에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또 모든 노동자에 대해 인간다운 근무환경 및 처우 보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