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는 日, 당분간 강 대 강 국면 전망되는 한일관계
“美, 韓 대한 인식 달리하는 전환점 될 수 있어” 우려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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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이로써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2년 9개월여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이유로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과 관련해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 일본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한일과 함께 삼각 안보공조를 이루고 있는 미국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종료냐, 연장이냐를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지소미아에 대한 종료 결정이 향후 한일,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지소미아 종료 결정한 靑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 정부는 협정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인 오는 24일 내로 일본 측에 이를 통보할 방침이다.

정부는 일본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것이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고 언급하며, 지소미아 협정 지속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협정 종료 이유를 밝혔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여야 지도부를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정무수석으로서 국회와 국민 의견을 듣고 외교, 통상, 군사, 국방 등 다양한 전문가를 만났는데, 재협상을 안 하는 게 맞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며 “그런 부분을 반영해 결정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간의 신뢰문제 때문에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라며 “한미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고, 한미동맹은 끊임없이 공조를 강화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한국배제 아베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한국배제 아베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日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우려 밝힌 美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안보환경의 잘못된 대응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도 2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안보 환경을 오인한 대응으로,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한국 측에 (지소미아 연장) 재고와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이날 오전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간 신뢰관계를 손상시키는 대응이 유감스럽지만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과 제대로 협력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고 일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소미아 유지를 강조해온 미국도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정보공유협정에 대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과 한국의 공동이익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건 미국에게도 중요하다“며 “두 나라가 정확히 올바른 곳으로 관계를 되돌려 놓는 것을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23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정보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한미일 간 안보협력 유지를 위해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인 한미일 삼각공조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이어주는 상징성이 있었다. 때문에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일 삼각공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한미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미칠 영향은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이후 얼어붙은 한일관계는 당분간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정이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일관계가) 냉각기가 되고 안보협력까지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많이 훼손된 한일 양국 간의 경제문제, 안보문제, 정치적 신뢰문제 등을 복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강 대 강 국면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일관계가 100년 전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본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한일관계를 풀어 나겠다고 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나 대립, 그로 인한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은 양국 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조정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결정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통화에서 “오바마 정부 때부터 급부상하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공조가 미국이 갖고 있던 중요한 전략적 목적이었다”며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일 삼국협력이 느슨해지는 서막임과 동시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지소미아 종료에 반대해온 보수 야권의 반발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들과 관련해 보수 야권은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번 결정으로 인한 국내적 파장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주요 안보이슈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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