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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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인천외국어고등학교 운동장 교통사고’를 계기로 학교·아파트 내 등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처벌 수위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도로 외 구역 교통사고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국민청원 등을 통해 확산됐다.

행정안전부에서 관련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국민청원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직접 개선 의지를 드러내는 등 관계 부처에서도 관련법 강화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수면 아래 깊이 가라앉아 있다.

교통사고 처벌 사각지대?

지난 2012년 4월 인천외고 운동장에서 한 여학생이 승용차와 SUV 차량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승용차 운전자가 옆자리에 앉아있던 딸과 대화하던 중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아 차가 저속으로 전진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놓쳤고, 결국 그 앞을 지나던 피해자를 들이받고 말았다. 당시 피해자는 생명이 위독할 만큼 장기가 심하게 손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사고 발행 후 후진을 하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게 아닌 엑셀을 밟은 채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공개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가해자 측이 사과와 반성보다는 책임을 축소시키기 급급한 태도를 보였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일었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심하고 가해자 과실이 커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추측됐으나, 이 예상은 엇나갔다. 검찰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지었고, 별도의 형사처벌 없이 피해자 측과 원만하게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외고 운동장 교통사고 가해자가 이처럼 처벌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는 도로법에 근거한 도로, 유료도로, 농어촌 도로와 더불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혹은 차마(車馬)가 통행 가능하도록 공개된 곳으로 정의된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근거로 처벌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업무상과실치상이나 재물손괴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중과실’인 △신호위반 및 지시위반 △ 중앙선 침범 △과속 △앞지르기 규정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보도침범 △승객추락방지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화물고정조치위반 등 12가지 경우에 해당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학교 안은 네 가지 항목 모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법률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이 있는 초등학교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학교 내 시설이나 운동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아파트도 비슷하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로, 단지 입구에 설치된 차량 차단기나 경비원에 의해 외부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경우 도로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자유로운 이동 가능한 경우 도로로 인정돼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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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관련법 개정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결코 적지 않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아파트와 주차장, 학교 등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66만 건으로, 이 중 1만1000여 건이 보행자사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부터 2015년 7월까지 국립대학교 교내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대 108번 △경북대 38번 △창원대 5번 △전북대 3번 △제주대 3번 등이 뒤를 이었다(서울대학교가 318건으로 가장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지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법률상 도로로 인정돼 제외).

이처럼 도로 외 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관련법 사각지대로 인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자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한 도로 범위를 확대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중과실 사고에 학교 내 교통사고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등의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수년째 이어졌다.

관련 부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왔으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진 못했다.

인천외고 사건 이후 2012년 7월 행정안전부는 학교 내 학생들의 안전 확보 및 교통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학교(유치원․초․중․고․특수학교)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무부, 교과부, 경찰청 등과 협의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3월 14일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도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 등 도로 외 구역에 대해서도 보행자 보호 의무 조항을 도로교통법에 신설하고, 위반 시 가해자는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5월 23일 국토교통부에서는 공공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처벌과 단속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주차장법, 도로법, 공동주택관리법, 주택법 등 다양한 법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2년 당시 학교 내에서 교통사고가 있었고 (도로 외 구역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에 관한)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관련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을 검토했고 중과실에 학교 내 교통사고를 포함하는 방향을 추진했었다. 입법 조건이 돼 발의를 했었는데 국회 회기가 끝나 폐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에 대해 당시 경찰청장 답변을 했다. 아파트 단지, 교내 등 도로 외 구역에서 사고가 났을 때 보호자를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을 강구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라며 “이에 대해 행안부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진행될 수 있도록 경찰 등 관계 기관과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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