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 “좋은 말로 사람들의 마음에 좋은 파동 주고 싶어”
곽정은 “좋은 말로 사람들의 마음에 좋은 파동 주고 싶어”
  • 김효인 기자
  • 승인 2019.12.10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JTBC ‘마녀사냥’서 직설적인 조언으로 인기 얻은 곽정은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통해 ‘혼자여야 얻을 수 있는 것들’ 전해
어떤 플랫폼에서든 사회에 선한 영향력 끼치는 흐름 이어나가고파
자기 삶이 괜찮다고 남의 삶 들여다보는 노력 게을리 해선 안 돼
사회서 부과하는 단어들로 스스로를 설명하고 규정짓지 않았으면
ⓒ 블링크 스튜디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혼자구나’, ‘내가 외롭구나’라고 느낄 때가 인생을 더 좋은 쪽으로 향하게 만드는 문이 열리는 순간이라는 걸. 사람들과 하하호호 함께 웃고 떠들 때는 잘 보이지 않는, 더 깊은 성장으로 가는 그런 문”-<혼자여서 괜찮은 하루>中

연애와 성, 그리고 인생에 관해 날카롭고 명쾌한 조언을 건네는 곽정은(42)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곽정은은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 13년간 <코스모폴리탄>, <싱글즈> 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기자로 일하다 2013년 JTBC 토크쇼 <마녀사냥>에 카운슬러로 고정출연하면서 연예인에 준하는 큰 인기를 얻게 됐다.

방송을 통해 언제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현명한 인생관을 전하는 ‘닮고 싶은 언니’로 등극하게 되면서 SNS에는 이른바 ‘곽정은 어록’이 등장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다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 진학했으며 올 초에는 프라이빗 살롱 ‘헤르츠’(Herz)를 오픈했다. 물론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삶에 관한 담론을 이어나가는 일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

유명인이기 이전에 곽정은은 서른 살에 낸 첫 책 이후 8권의 책을 내 온 성실한 작가다. 지금껏 <혼자의 발견>,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등 여덟 권의 에세이를 냈다. 

그런 작가 곽정은이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라는 책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책은 말랑말랑한 연애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고 그저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위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29일 프라이빗 살롱 ‘헤르츠’(Herz)에서 그를 만나 자존감의 배경, 그리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담론을 형성하는 작가로서 그의 인생관에 대해 들어봤다.

쓰디 쓴 슬픔을 감싼 달콤한 막, 당의정 같은 책

Q.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라는 책을 냈다. 간단한 책 소개를 부탁드린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선셋 에디션으로 이번 해 가을에 나온 에세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작가로서 첫 책을 낸 것이 2009년 가을인데 꼭 10년 뒤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책은 아홉 번째 책인데, 지금까지 냈던 책들이 사전 기획 아래 한정된 내용에 대해 다뤘다면,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는 바로 전 책을 낸 이후 일어난 마음의 변화와 일상에서의 깨달음들을 녹여서 만든 책이다. 

Q. 그동안 꾸준히 집필활동을 해 왔는데 이번 책이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10년간 아홉 권의 책을 냈는데 이번 책이 전작과의 텀(term)이 가장 길다. 계속 1년에 한권씩 써왔는데 이 책은 2년 만에 썼다. 사람들에게 이 책이 당의정 같은 책이 되길 바란다.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표지와 길지 않은 글, 감성적인 것들로 나열된 에세이로만 보이지만 내겐 그 어떤 책보다 고통이 녹아 있는 책이다. 달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눈물이 있고 ‘누군가는 그걸 읽어줄까?’ 하는 생각으로 썼다. 이 시대는 슬픔을 슬픔이라고 말하면 잘 받아들여지기 힘든 시대다. 다들 힘드니까. 그래서 잘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늘 고민하는데 그 방식이 잘 마련된 것 같다. 또한 책 자체가 나의 삶을 투영할 수 있어 더욱 특별했다.

Q. 기자 생활을 오래 했다. 글을 통해 사회를 바꿔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여전한지.

사회를 바꿔나간다는 것은 결과적인 것이고, 단지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고 싶다.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와 함께 가져가야 하는 인생의 소중한 부분은 이 사회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도 한때는 남들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과 더불어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숫자들이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숫자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철학과 옳다고 믿는 가치들을 확장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한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면 자신의 재능이 가치관과 연결돼야 할 것이다. 나는 글 쓰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살아왔고 어떤 플랫폼에서든 나의 의견을 통해 사회에 좀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로 기여해 왔기 때문에 그런 흐름을 당연히 이어나가고자 한다. 

Q. 첫 방송출연인 <마녀사냥>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로 인한 홍역도 앓았는데.

방송 출연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물론 힘든 적은 있었지만 파워가 커지면 당연히 나에게 오는 물결도 커지게 된다. 어떤 똑같은 발언을 하더라도 방송 출연 후의 영향력은 분명히 다르다. 기자로서 이미 끊임없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방송 채널이라는 플랫폼에 도전했다. 그 과정에서 왔던 어려움도 나를 성장시켰고 오히려 사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밑거름이었기에 결국 내면의 자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기를 바라고 방송을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대중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저 담론을 만드는 사람이고 의견을 전달하고 내 생각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기에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악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그런 것은 나를 흔들 수 없다. 이야기를 잘 들을 준비가 돼있는 대중 앞에 선다는 것, 그리고 마이크를 갖게 된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특권이다. 방송 출연 이후 진심을 담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내 얼굴이 전파라는 공공재를 가지고 펼쳐져 나가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누린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 수반되기에 더 정제되고 좋은 말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좋은 파동을 주고 싶다.

반추가 아닌 숙고할 때 축복처럼 찾아오는 깨달음

Q. 책 속에서 자존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자존감은 자기에 대한 감정이다. 나는 자신감은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냈을 때 얻게 되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살면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애썼던 적은 없다. 다만 내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한다는 자각이 들었을 때 용기를 내면 행동과 결과가 순차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렇게 누가 뭐라고 해도 손상되지 않는 어떤 나의 흐름을 만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존감이 쌓이게 된다. 자기의 감정을 느껴주는 것이 가장 먼저다. 기쁜 느낌이 온다면 그것도 봐주고, 속상하고 지친 마음이 온다면 그것도 봐주면 된다. 봐주고 연결하고 돌아봐야 한다. 돌아보는 과정에는 자책이 있고 숙고가 있다. 부정적으로 반추하는 것을 자책이라 한다면, 자신에게 다정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은 숙고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마음을 기르는 것, 그것부터가 시작이다. 

Q.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자존감은 효율로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효율과 점수, 속도 같은 숫자들을 따지다 보니 내 마음의 문제에 대해서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남들 쫓아가는 것에 바쁘다 보니 내가 좋은 것을 알기가 어려운 거다. “이 과목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처럼 목표에만 눈이 가 있는 거다. 힐링이 트렌드가 된 사회이지만, 그 정도로는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마음을 다치고 몸의 안쪽이 상했는데 좋은 향기를 맡는다고 회복이 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안에 들어가서 내시경으로 약을 넣든지 해야 하는데 “좋은 향기 없나요?” 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인 것 같다. 자기를 돌아보고 다독인다면 크게 깨닫는 시간이 축복처럼 온다. 나에겐 그 계기가 명상이었다. 책을 통해서든 방송이나 강연을 통해서든 그 이야기를 계속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 명상과 강연을 결합한 마음챙김 프로그램, 자존감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말을 통해 전해지는 위로가 있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것을 통해 일어나는 깊은 치유가 있다. 앞으로도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성찰적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깨달음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Q. 명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나는 13년간 다양한 컨텐츠를 만드는 기자 생활을 이어오며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삶의 소재들을 던져줄까를 많이 고민해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는 것과 느낀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해오면서도 항상 깊은 곳에서는 갈증이 있었다.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나 공허함 같은 것들에 대한 것이다. 그러다 내 인생이 지쳐 있었다고 느꼈을 때, 우연한 기회에 명상이란 것을 접하며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좋은 ‘지식 전달자’였다. 기자 때나 작가, 혹은 방송인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명상 또한 내가 해보니 너무 좋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는 명상을 내 마음에 닻을 내린다고 표현한다. 평온할 때는 배를 묶어놓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인생의 부정적인 상황들에 부딪쳤을 때, 예컨대 실직이나 누군가를 상실하는 경험 등 거친 바닷가에 세워진 배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때 마음의 닻을 내리면 아무리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배가 멀리가거나 뒤집히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나도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우리를 어떤 때든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힘든 상황에 맞닥뜨려보면 누구든 한 번쯤 자신의 지식이 자신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도 진학했는데 계기가 있다면.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기자로 살면서 취재했던 경험 등을 통해 방송도 하고 글도 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게 좀 더 많은 인풋(Input,입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웃풋(output,출력)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보니 뭔가가 들어와야 이를 소화해서 내보내지 않나. 이것이 나의 귀한 재능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치기도 했었고 한편으로 명상을 하게 되면서 마음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 명상을 하고 다양한 마음에 대해서 책을 읽고 생각하다 보니 제대로 아카데믹(academic, 학구적)하게 나를 채워나가고 싶어서 대학원에 들어오게 됐다. 놀랍게도 명상과 마음 챙김 덕분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실제로 대학원 수업에서도 매주 그 단어들이 등장할 정도로 너무나 중요한 이슈였다. 이와 관련된 국내 논문이 많지는 않지만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명상으로 내 마음이 평온해지기도 했지만 진로도 정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힘든 시간을 어떤 사람은 그냥 세상을 원망하면서 보낼 수도 있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힘든 시간을 토대로 자신의 성장을 거두고 새로운 진로로 사업을 열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나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한 스스로의 피드백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Q. 사업 얘기가 나왔는데 프라이빗 살롱 ‘헤르츠’(Herz)를 오픈하게 된 이유는.

심플하다. 마음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오면서 언제나 느꼈던 것은 “이 좋은 것을 깨달았으니 이렇구나 하고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동시대 여성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오던 사람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그런 역할을 해 줄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작년 9월 비잉 어웨이크(BEING AWAKE)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면 분명히 좋은 흐름을 만들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 프로그램은 11월까지 진행했는데 장소가 매번 바뀌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기에 장소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 헤르츠를 열게 됐다.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다소 기약 없는 결정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데 이 공간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신은 있었다. 여성들은 내면에 이미 현명함과 강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돌아보고 마주하지 않아서 계속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고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 돌아보건대 나 또한 좋은 선생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내 속의 강한 면을 새롭게 발견하게 됐기에 좋은 선행자가 돼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흐름으로 나를 통해 알게 된 많은 지식과 깨달음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다 보면 더 많은 여성들이 마음의 힘을 강하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Q. 헤르츠도 여성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여성을 위해 오랫동안 글을 써온 여성이니까, 당연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흔히들 여성지 기자 출신이기에 재미있고 가벼운 기사나 명품가방 같은 것들을 주로 다뤘을 거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동시대 여성들의 고민을 다루려 치열하게 노력했다. 여성들이 어떤 것들에 갈증을 느끼고 해결을 원하는지 매달 정확히 집어내 담론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경험에서 눈이 뜨여진 것 같다. 저도 일하는 여성이고 앞으로도 일하는 여성일 것이기에 여성을 둘러싼 많은 담론에 관심이 많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임금에 대한 부분, 취업과 출산과 육아 등 생애 주기를 통틀어 처해진 현실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나처럼 싱글라이프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삶의 부족한 부분들은 없는지, 그것이 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당연히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좋은 교육을 받고 큰 어려움 없이 자랐다. 내가 원한 거나 만든 것이 아니지만 그로 인한 수혜를 받았기에 이 사회에 더 기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다만 덧붙인다면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더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도 쓰고 방송도 하고 헤르츠라는 플랫폼도 운영하게 됐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된다는 것은 자기의 즐거움에만 몰입해서는 얻어지지 않는 상태라고 본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

Q. 20대와 30대를 지나오며 삶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20~30대에는 남들처럼 성공을 이루고 멋지게 사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 20대에는 시간을 너무 날려보냈고 30대에는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며 세속적인 성공에 몰두했다. 그 결과 그동안 일에서의 성취는 충분히 거뒀다고 본다. 그러나 ‘이 이상 더 뭐가 있을까’ 하는 허무함에 젖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추구하는 어떤 가치적인 확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삶에 용기를 준다고 본다. 이렇게 시간을 날려 보기도 하고 맹목적으로 열심히 살아 보니 삶의 귀함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도 내면의 어떤 부분은 여전히 힘들다.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않나.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남들처럼 정말 많이 힘들고, 슬픈 일에는 혼자 집에서 울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쉽게 손상되지 않는 어떤 것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힘들 때 나를 붙들 수 있는 것이 누군가의 좋은 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읽을 때뿐이라는 말을 한다. 책을 무릎에서 내려놓는 순간 더 이상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었지만 더 이상 그런 역할에만 갇혀 있을 생각은 없다.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은 결국 마음에 대한 것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가랑이 찢어지게 쫓아가봤자 “이게 다야?” 하고 느끼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확행이니 프리터족이니 하는 트렌드가 사실은 거대한 흐름이다. 만족을 중요시한다는 거니까. 마음에 대한 깨달음이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Q. 여성의 결혼은 더 빨리, 강하게 압박받는데 이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소위 에이지즘(Ageism)이라고 하지 않나, 이 나이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저 나이에는 아파트가 있고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강요가 있다. 아직은 나이에 따른 과업이 존재한다는 것이 한국 사회 대부분의 시각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결과적으로 뭔가를 성취했다고 해도 즐겁지 않고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는다면 자신의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계속 타인의 인생과 비교하게 만드는 좋지 않은 관점이라고 본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런데 이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마음의 힘을 갖기도 전에 “늦기 전에 뭘 해야 된다”는 조바심이 마음에 들어온다면 스스로 불안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섣부른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잘못된 결정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세일할 때 원하지도 않는 냉동만두를 집어 드는 것처럼 사소한 것에 그친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다. 내가 결혼을 안 해도 되는데 에이지즘에 떠밀려 결혼을 한다거나, 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시기에 섣불리 진학을 결정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참 안타까운 장면이다. 많은 시간을 관통해 보니 누가 내게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스며든 사회의 관점들은 이 사회를 떠나지 않는 이상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참 허무하게도 이 사회를 떠나서 사는 순간 별 것 아닌 것이 돼버린다. 지금의 20~30대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걸 안하면 뒤처진 사람이 된다는 식의 이야기들, 그리고 “나는 결혼적령기야”, “이제 다가오고 있어”, “넘겼어, 난 이제 노처녀야”처럼 사회에서 부과하는 단어들로 스스로를 설명하고 규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Q. 인생을 관통하는 목표가 있다면.

나는 작가지만 책을 쓰는 행위 자체가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 원하고 만들고 싶은 흐름이 있다. 거기서 책이 필요하다면 책을 쓰는 것이고 방송에 나가야 한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때로는 돈이 안 되더라도 어떤 일에 동참 하는 이유기도 하다. 요즘 다들 꿈이 건물주라고 하지 않나. 이러면 그 건물을 다 만들고 났을 때는 더 이상 삶의 목표가 없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지는 게 꿈이었던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그 꿈을 다 이루셨을 때 삶의 허무함을 갑자기 느끼셨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경제적인 안락이 꿈으로 대표되던 세대에 비하면 우리 세대는 가난에 대해서는 많이 극복이 된 세대이기에 더 많은 정신적인 부분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세대 같다. 나는 그 흐름에 좀 더 좋은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이는 현재 운영 중인 헤르츠와 관련돼 있다. 내가 인생에서 갖고자 하는 가치는 언제나 성장과 확장이었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 성장을 많이 했고 이제는 확장을 생각할 시기인 것 같다. 헤르츠라는 플랫폼 안에서 더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좀 더 다양화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싶다. 5년, 10년 후에는 이 헤르츠라는 공간이 “말도 안 되게 작은 곳이었지” 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곳에서 생겨난 제가 만들고 전달하고 싶었던 가치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파워와 영향력을 갖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Q. 이렇게 열심히 도전하는 삶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나는 누가 봐도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겠지만 요즘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인생을 활활 불태우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나누고 치열하게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삶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이전에는 이만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삶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몰라도 남은 생 안에서는 “아 이렇게 살았다니, 정말 좋은 삶이었어”라고 내 스스로를 축복하면서 마감되길 바란다. 그래서 언제나 삶과 죽음을 동시에 생각한다. 그 안에서 평화롭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두 번째 이유로는 내가 만들어가고 기록될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됐으면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나 방송, 그리고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SNS를 통해서도 내 삶은 끊임없이 기록된다. “이 언니 이렇게 힘들었지만 고통을 연료로 만들어 자신의 삶 안에서 양껏 살았다”라는 메시지가 동시대 여성들이든, 많은 젊은이들에게든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영감을 받은 이들이 많기에 그런 존재가 돼주고 싶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100년 후 우리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후세에서 누군가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 “곽정은을 뛰어 넘을 거야”처럼 내 삶 자체가 기준이 되고 영감이 된다면 죽어도 살아있는 것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