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수’ 외치며 출범한 변혁, 반쪽짜리 출발
친안철수계 합류 없으면 ‘도로 바른정당’ 우려도

유승민(가운데) 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가운데) 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이 지난 8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창당 로드맵에 따르면 신당 창당 시점은 1단계 원외위원장, 2단계 지역구 현역 의원 9명, 3단계 비례대표 의원의 단계적 탈당을 거쳐 내년 1월초다.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하태경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150석이 넘는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비당권파의 한축인 친안철수계를 이끄는 안철수 전 대표가 신당 합류를 부인하면서 반쪽짜리 출발을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0석 넘는 제1당”…출범 공식화한 변혁

변혁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공식적으로 첫발을 뗐다.

창당준비위원장으로는 하태경 의원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오신환 원내대표는 2040특별위원장을, 이혜훈 의원은 대외협력위원장을, 정병국 의원은 청년정치학교장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창당준비위 수석부위원장 겸 비전위원장을, 유의동 의원은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앞서 변혁은 지난 11월 7일 신당추진기획단을 출범하며 창당 작업을 준비해왔다. 친유계 유의동 의원과 친안계 권은희 의원이 공동단장을 맡았다.

‘개혁적 중도보수’를 기치로 내건 변혁은 먼저 수도권 청년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이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도 청바지 등 캐쥬얼 차림을 드레스코드로 내세웠다.

하 위원장은 “우리는 새로운 시대 열어가는 새로운 보수”라며 “올드 보수로는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드 보수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라며 “의석수를 계산해보니 올드보수로는 70~80석, 우리가 중심된 새로운 보수 야당으로는 150석을 넘는 제1당이 될 수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승민 전 대표도 “한때 ‘죽음의 계곡’이라 표현했는데, 이제 그 마지막에 와 있다”며 “가장 힘든 죽음의 계곡, 마지막 고비를 모두 살아서 건넜으면 좋겠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선 긋는 안철수

그러나 이 같은 변혁의 첫 출발은 시작부터 삐끗했다. 지난해 4.13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휴지기를 갖고 현재 미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 측이 신당 합류에 선을 그으면서다.

실제 지난 8일 변혁 창당 발기인 명단에서 친안계 의원으로는 신당추진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은 권은희 의원만 이름을 올렸고, 다른 친안계 의원들은 없었다.

앞서 하태경 위원장은 안 전 대표의 동참 여부에 대해 “저희가 개문발차할 수밖에 없다. 저는 합류할 것으로 본다”며 “12월 중에는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12월 합류설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어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됐던 안 전 대표가 신당에 이달 중 합류할 예정이란 기사는 사실과 다름을 밝힌다”고 일축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현재 해외 현지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며 “변혁 신당에 참여한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그럴 여건도 아님을 알려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도 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하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의 바람을 언론이 확대해 쓴 것이 아닌가 이해된다”며 “안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하느냐의 여부, 그래서 잘할 수 있는 것인가, 또 정치의 변화를 갖고 올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한 선제적인 고민 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변혁 참여 여부는 (고민 중에) 굉장히 후순위에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당권파인 김관영 최고위원 역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들은 안 전 대표가 유승민 전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변혁행동에는 같이 하지 않을 생각을 갖고 있는 걸로 들었다”며 안 전 대표의 변혁 합류에 부정적 기류를 전했다.

변혁의 미래는?

현재 변혁 측은 안 전 대표의 합류를 고대하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9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이 사실상 지역구 의원들에 비해 몸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큰 제약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정치적인 결단을 모두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친안계가 신당에 함께하지 않을 경우, 친유계가 주류인 신당은 과거 바른정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향후 자유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과 관련해서도, 또 자유한국당과 보수쇄신 경쟁, 중도확장성에 있어서도 안 전 대표의 존재감은 크다.

한편 앞으로 변혁이 직면해야할 내년 총선에서의 구도 역시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9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구도에서 별로 유리하지가 못하다”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현재 유승민당이 가지고 있는 구도는 2016년 국민의당보다 더 어렵다고 봐야한다”며 “2016년에는 그야말로 양극단화된 계파정치, 거기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심해 그 틈새로 국민의당이 성공한 것 아닌가. 지금은 상황이 또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증오감이 훨씬 크지 않느냐”라며 “그러니까 이른바 개혁보수니 중도보수 등의 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안 전 대표와 친안계가 이대로 이탈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변혁에 있어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변혁이 유승민, 안철수 전 대표의 투톱을 재가동해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보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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