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기수협회, 제도개선 합의…노조·유가족 ‘반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유족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마사회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한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유족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마사회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한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한국마사회 내부 비리를 고발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가 한달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와 기수협회가 제도개선에 합의했지만 유가족들과 노조는 합의에 앞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사회장 사과가 선행됐어야 한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경남경마 기수협회 소속 문중원 기수는 지난달 29일 마사회의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가족은 지난 21일 경기 과천시 마사회 정문 앞에서 마사회장에게 사과를 촉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난 27일부터 노조와 함께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운구차를 대기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중원 기사의 죽음 이후에도 마사회의 갑질 비리는 개선되지 않고 경찰이 동원된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마사회는 천문학적 수익이 남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목숨걸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부정을 독려하거나 참여하거나 협박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문 기수의 장인 오준식씨는 “기수가 개인사업자라 마사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며 “개인사업자가 마사회의 제약을 받고 조교사 지시를 따라야 하고 정년퇴직까지 하는데 도둑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씨는 “마사회 회장 면담 요청이 경찰에게 저지되고 제 딸은 머리채가 잡혔다”며 “분향소가 차려지고 운구차가 왔는데 경찰은 고인이 안치된 운구차를 뒤집어 흔드는 행위를 하며 고인과 유족을 모독했다”며 경찰에게도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는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청와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와 함께 27일 문중원 기수가 서울로 올라왔다”며 “아들의 죽음을 모욕하지 말라는 부모의 호소마저 외면하고 3시간 넘게 유족과 대치한 경찰의 행태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라고 경찰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마사회 측은 지난 26일 한국경마기수협회와 경쟁성 완화 및 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요 합의 내용은 승자 독식 구조의 경마 상금 제도 개선이다. 이를 통해 경마 관계자의 생활안정성 강화를 위해 상금 비율 조정 등으로 경쟁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1위 상금의 비중을 낮추고 하위 순위 상금을 상향하는 등 ‘편중 현상’을 해소해 기수·말 관리사·조교사 등 경주마 관계자들의 소득 안정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위권 기수의 기승 횟수 제한, 기승 기회 균등화로 기수들의 소득 안정화 기반도 만들어 최소 경주 참여만으로도 최저 생계비를 웃도는 수입을 벌 수 있도록 했다.

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경마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와 유가족 측은 순서가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도개선 합의 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가 선행 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김용균재단 등 56개 시민단체는 지난 27일 시민대책위를 출범시키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과 만나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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