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후 가속화되는 신당 창당 행보
국민의당 열풍 재현? 여야는 회의적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혁신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신당 추진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혁신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신당 추진 계획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며 독자세력화를 예고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신당 창당 비전을 밝힌 데 이어, 다음날에는 창당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 신당명은 ‘안철수 신당(가칭)’이며, 이달 9일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내달 1일 중앙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2016년 국민의당, 2018년 바른미래당에 이어 네 번째 창당을 앞두고 ‘실용적 중도노선’, ‘혁신정당’, ‘일하는 국회’ 등을 제시하며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4년 전 국민의당 창당과 비교해 새롭지도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다는 평가를 내놓는 등 안철수 신당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속도 높이는 ‘안철수 신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의 담판에 실패한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창당한 바른미래당을 떠나 독자세력화에 나섰다. 이후 신당 창당을 위한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용적 중도노선, 혁신정당 등 신당의 비전을 밝혔다.

이어 다음날인 3일에는 창당추진기획단을 발족하고 이태규 의원과 김경환 변호사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4일에는 첫 창당추진기획단 회의를 열었다. 신당명은 ‘안철수 신당’으로 잠정 결정됐다. 김철근 공보실장은 “회의 중 다수는 총선이 임박하고 안철수 중심 정당이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이 가장 효과적으로 국민들께 다가갈 수 있다는 말씀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또 오는 9일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중앙당을 창당하겠다는 창당 로드맵도 밝혔다.

신당 창당에 나선 안 전 대표는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만들려고 하는 신당은 다른 정당들과 같은 또 하나의 정당이 절대 아니다”며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소명의식으로 다른 정당과는 완전히 다른 정당을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일하는 국회’를 외치며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는 등 연일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거듭 꾀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신당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열풍을 재현할 수 있을 것 인가지만,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먼저 당시 급격한 세력화를 도왔던 호남계는 등을 돌린 모양새다. 또 안 전 대표 본인도 여전히 유력한 대권잠룡이지만, 지지율은 위축된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실시한 지난 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1년 4개월 만에 정계에 복귀한 안 전 대표는 4.7%를 기록, 지난해 12월 7위(3.3%)에서 3계단 상승했다. 그러나 1위 이낙연 전 국무총리(29.9%), 2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17.7%)에 비해서는 아직 차이를 보이고 있다.(4일 발표. 1월 28~31일 전국 성인 5만1174명에 통화 시도, 최종 2511명 응답, 응답률 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3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호감도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비교했을 때, 비호감도 1위(66%)를 기록하기도 했다.(1월 26~30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응답률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 개혁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 개혁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보다 좋은 상황” vs. “‘역시 이번에도’로 끝날 것”

그러나 향후 안철수 신당의 전망에 대해 안철수계 의원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3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당 때는 제3지대라는 공간이 전혀 열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당층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33%를 점할 정도로 제3지대의 공간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그때보다 좋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안 전 대표와) 서로 나눴다”라고 밝혔다.

또 “지난 국민의당 시절보다 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의 의식은 한 단계 더 앞서나갔다라고 생각한다”며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탈당을 선언한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도 4일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모두 하락세이고, 무당층이 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거대양당의 구태정치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추세는 총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기존의 구태 정당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바라는 갈망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여야 정치권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름만 바꾸면 다 신당이냐”라며 “안 전 대표가 하는 새로운 신당 창당도 결국은 손학규 대표, 유승민 전 대표와 같이 못 하겠다, 온전히 자기 말이 통하는 자기만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형태의 창당 아니겠나. 그런 경우는 참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행보가 4년 전 행보와 비교할 때 과연 더 많은 관심과 충격을 주고 있느냐, 이런 측면에서 볼 때 4년 전과 비교하면 새롭지도 않고, 위협적이지도 않다”면서 21대 총선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도 같은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혹시 이번에는’하는 기대를 하겠지만, ‘역시 이번에도’로 끝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이번에 신당을 만들면 네 번째 신당이 되는데 그 신당을 만들 때마다 한 말이 대략 비슷하다”며 “기득권 양당의 진영정치에서 벗어나서 중도의 탈이념·탈지역 정치를 하겠다 표방해왔는데 막상 현실정치의 구심력이라는 것이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양당체제로 강하게 견인되기 때문에 이번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새정치에 대한 갈망이 지금은 많이 식었다”며 “지난 2016년 선거 때는 호남이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데 힘입어 많은 의석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호남 상황도 전혀 그렇지 않고, 이제는 국민들이 조금 식상해 있기 때문에 ‘혹시 이번에는’하는 기대를 하겠지만 ‘역시 이번에도’로 끝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는 신당 창당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세력 이탈과 안 전 대표 본인의 지지율 하락 등 과거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당시에 비해 악화된 조건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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