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호국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자유대한호국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수가 증가하면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도 중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일본, 몽골, 홍콩,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요르단, 이스라엘, 이라크, 쿠웨이트 등 21개국이다. 또 영국, 인도, 태국,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파라과이, 타지키스탄, 튀니지, 모로코 등 21개국은 검역강화 또는 격리조치 등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입국제한 국가에는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등 5개 지역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격리조치를 실시한 중국도 포함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오는 사람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과 홍콩, 마카오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역을 강화하는 특별입국 절차를 운영할 뿐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정치권·시민사회·의료계 등도 중국인 입국금지 촉구

중국의 이 같은 조치가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에 76만여명이 동의를 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세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6일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새로운 유입을 막은 상태에서 국내 감염자 관리 및 방역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실시해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정부는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제한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해왔다”며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 감염원·유입원 차단은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인 입국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인 입국금지, 실효성 없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한감염학회, 한국역학회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입국제한 확대가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 입국자에 의해 감염된 국내 확진환자 사례는 없으며, 중국을 방문한 감염자에 의한 2차 감염사례가 다수인 만큼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국내 감염자들은 중국 우한 지역을 방문했던 우리나라 국민이 현지에서 감염된 이후에 국내에서 2차 감염의 원인이 돼서 지역사회에서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확인된 중국 국적의 코로나19 환자 7명 중 3명은 한국 내부에서 감염된 것이고, 나머지 4명만이 중국에서 감염된 환자인데, 국내에서 이들 4명으로부터 감염된 환자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더구나 지금은 중국에서의 신규 환자 발병이 후베이성 지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적은 상황인데 중국 입국 전면 중지를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마녀사냥에 불과하다”면서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굳이 역지사지란 말을 쓸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부터 국제 사회에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 일부 국가들이 시작한 한국인 입국 금지나 규제에 대해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항의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어야 한다”며 “뜬금없는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은 세계 다른 국가들이 한국인들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합리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역 내 감염예방 집중해야”

정부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중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을 입국 금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도 이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전면 입국금지를 하더라도 입국자의 절반 정도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환자가 감염을 인지하지 못하고 의료기관 또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내 감염에 집중해 방역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증가하면서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한국인에 대해 감염원이라는 낙인을 찍는 듯한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중국인에 대해 유사한 낙인찍기와 혐오가 번지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위해서라도 이 같은 주장보다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