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안정화·실적개선 평가, 업계 예상대로 연임
내규 개정 최고령CEO 등극, 친노인맥 잡음 여전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부산은행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부산은행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최고령 금융 CEO, ‘낙하산 인사’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조직 안정과 실적 개선 성과 등을 이유로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대로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오전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이로써 지난 2017년 취임한 김 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BNK금융을 이끌게 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03년 현대증권 사장을 거쳐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2017년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의 연임 성공 배경으로 조직 안정화와 실적 개선 등이 꼽히고 있다.

앞서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월 김 회장 취임 이후 그룹 지배구조 개선, 그룹 4대 핵심부문 경쟁력 강화를 통한 비은행과 비이자 부문 이익 증가 등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해 다시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또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도 재선임을 선택한 배경으로 설명했다.

BNK금융지주 실적은 지난 2017년 4031억원에서 2018년 5021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5292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03%포인트, 0.29%포인트 상승한 0.58%와 7.04%로 개선됐다.

특히 주가조작 개입과 채용비리 의혹 등 전임 경영진의 각종 비위행위로 어수선했던 상황을 극복하고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업계에서도 김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봤다.

앞서 김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 이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편했다. 김 회장 취임 후인 2018년 사외이사에 선임된 2018년 정기영, 유정준, 허진호 이사가 모두 임추위 위원이 됐다. 정 이사는 위원장까지 맡았다. 사외이사 선임에 김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의 이른바 ‘친노 인맥’도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았다.

김 회장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인데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약한 바 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김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BNK금융 사상 첫 외부출신 회장인데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부각되면서 자격 논란은 취임 이후 줄곧 뒤따랐다.

이번 연임 과정에서 쟁점이 되진 않았지만 오는 총선 이슈와 맞물려 김 회장의 이력을 둘러싼 논쟁이 또 다시 불거질 경우 향후 경영 행보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김 회장의 고령의 나이는 연임을 앞두고 최대 난제로 꼽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번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김 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76세다. 지금까지 금융지주 회장 최고령 기록은 2010년 73세로 퇴임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이다. 김 회장이 1차례 연임 임기를 마치게 되면 78세가 된다.

앞서 김 회장은 2017년 첫 취임 당시 연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입장이 바뀌면서 고령의 나이가 문제가 됐다. 김 회장의 취임 당시 BNK부산은행 노조는 “70세가 넘는 노령의 나이로,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김 회장 연임을 앞두고 관련 내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대부분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으로 새롭게 선임될 수 없다는 이른바 ‘나이제한’ 규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BNK금융지주는 나이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다.

지난해 BNK금융이 ‘나이제한’을 도입하는 대신 연임 횟수를 1차례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내규를 개정했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의 연임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연임을 1차례로 제한했다지만 경영의 지속성 면에서 김 회장의 고령의 나이는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마무리 지으며 김 회장의 2기 체제를 완성했다.

다만 김 회장이 임기 3년을 보장 받은 것과 달리 자회사 CEO의 경우 임기 1년만을 부여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빈대인 부산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이사, 성명환 BNK저축은행 대표이사,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의 연임이 결정됐다. 연임이 결정된 CEO들은 모두 임기가 1년만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빈 부산은행장과 황 경남은행장 등 핵심 계열 CEO가 지난 2017년과 2018년 2년 이상 임기를 부여 각각 2년 이상 임기를 부여받은 바 있다.

계열사 대표 임기를 1년으로 정한 것을 두고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의 ‘성과주의’에 방점을 두고 해마다 계열사 CEO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 회장 임기동안 양호산 수준으로 실적이 개선됐다지만 아직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등 수익성 개선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BNK금융지주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부산·경남은행 등에 순이익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불리한 구조다.

이에 김 회장이 남은 임기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인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자칫 과도한 성과 우선주의로 흘러 경영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와 임추위에서 결정한 내용”이라며 “연임 기간 결정 배경 등과 관련해 전달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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