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통한 이윤 추구 위해 락스와 저가 세정제 사용
현대그린푸드 “사실무근, 노조는 진상 조사 거부” 반박

지난 22일 울산시청프레스센타에서 열린 금속노조울산지부 기자회견 ⓒ금속노조울산지부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현대그린푸드가 각막손상 등 안과질환을 호소하는 현대자동차 52공장 식당 노동자 집단 재해에 대해 은폐시도를 한 데다,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노조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현대그린푸드 측은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합동조사 등을 제안했으나 노조 측에서 이를 모두 거절했다며 반박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22일 울산시청프레스센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린푸드는 집단재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명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노동자 안전대책을 수립하라고 규탄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동일한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14명의 노동자들의 안과질환 등 집단재해에도 불구하고 원인파악 및 대책 수립에 나서기는커녕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2월부터 3월에 걸쳐 현대자동차 52식당에서 14명의 여성노동자들은 각막손상, 안구건조증 등 안과질환으로 인해 사비로 안과치료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다 안과 치료를 받는 동료가 늘어나자 노동자들이 이를 집단재해로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같은 집단재해의 원인으로 식당에서 락스와 세제를 섞어 테이블 소독 및 식판세척에 사용했던 점을 지목했다.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분석에 따르면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NACIO)과 세정제가 만나면 유독성 기체인 염소를 발생시킨다. 아울러 식판세척을 위해 따뜻한 물과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만나면 염소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학교 및 공공기관 급식에서는 락스와 세정제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 있고 테이블도 에탄올 70% 희석제로 안전하게 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현대그린푸드는 식당노동자들의 안전과 식판으로 음식을 먹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무시하고 오로지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락스와 저가 세정제를 사용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공장 총 22곳의 식당은 5개 섹터로 나눠 섹터장이 관리하는데, 52공장 식당을 담당하는 섹터장만 락스와 세제 혼합사용을 묵인했다”라며 “플라스틱 식판에 묻은 깍두기 국물 자국 등이 잘 닦이지 않아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사측의 집단재해 은폐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노조가 재해조사에 돌입하자 회유와 협박을 일삼으며 제보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조사가 시작되자 관리자가 ‘제보한 사람은 나를 찾아오라’고 말하거나 ‘누가 물어보면 마스크를 써서 그렇다’고 왜곡된 대답을 강요했다”라며 “그런가 하면 1:1 재해자 면담을 통해 근태복원과 치료비를 회사에서 부담한다고 말하는 등 집단재해에 대한 조직적 은폐와 회유, 협박을 일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산재은폐에 대한 고발과 함께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고용노동부울산지청은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발생한 14명의 집단재해에 대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특별안전감독을 실시해 원인규명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그린푸드 52공장 집단재해에 대해 ▲집단재해자 14명 즉각 산재 처리 ▲저가형세제 사용중단 및 애벌세척기 도입 ▲락스 사용 중단 및 에탄올 대체 ▲ 플라스틱 식판 스텐식판으로 교체 ▲52공장 식당 재해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울산지청의 임시건강검진 실시 ▲현대그린푸드의 피해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중지 및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린푸드 측은 노조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오히려 노조 측에서 원인규명을 거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노조 측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지난 20여년간 단체급식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런 문제가 제기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노사합동조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긴급노사협의회 구성을 노조 측에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교육과 조리공정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락스와 세정제 사용에 관해선 ‘세척·소독제의 사용관리 및 안전관리준수’ 기준에 따라 혼합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라며 “관련 교육도 실시해 조리원 등 교육 이수자에 대해선 교육 확인 서명까지 받아 근거를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일부 조리원이 락스와 세정제를 임의대로 혼합해  사용했다면, 이는 당사의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며 “노조 측에 명확한 조사와 객관적인 원인 분석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 같은 사측의 주장에 “원인규명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사측이 현안이 아닌 산업안전보건규정 개정안을 들고 온 데다 객관적 조사를 거부했다”라며 “노사가 참여해 각각 전문가를 초빙하고, 금속노조 노동안전실 배석 등 좀 더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한 제안을 했지만 사측이 그럴 필요 있냐며 거부해 갑론을박하다 회의가 결렬됐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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