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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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한영선 기자】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기생층’이라고 표현한 뒤 비난 여론이 일자 사과했다. 

SH공사는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반지하 세대를 지상으로 이전시키고, 창업교실·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공간복지시설로 조성한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정책 내용 자체는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노후된 다세대·다가구 주택 총 671호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빈 반지하 공간을 주민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탈바꿈 시킨다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공식 문건에 반지하를 기생층(기회가 생기는 층)이라고 표현한 데 있다.

영화 ‘기생충’은 빈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반지하 방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는 하류층 가족과, 글로벌 IT기업을 운영하는 상류층 가족의 부유한 삶을 교차하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H공사가 굳이 반지하를 ‘기생층’으로 표현해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게 만들어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비난이 쇄도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누가 컨펌한 것이냐’, ‘대충 기생충이 인기 많으니 그거 따라 하면 성공하겠지?’, ‘징계 안내리냐’, ‘이건 그냥 고의라고 봐야 한다’ 등의 비난의 목소리가 일었다. 

이에 SH 관계자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책명 자체가 ‘기생층’은 아니다”라며 “정책을 설명할 때 실무진들이 알기 쉽게 표현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선택했고, 시민들께 불쾌감을 느끼게 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의 입장을 적극 표명했다. 

앞으로 SH공사는 ‘기생층’이라는 단어를 빼고 본래 사업인 다세대·다가구 주택 반지하 공간 복지·공간 개선사업 등으로 부를 예정이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도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문구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LH공사는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주실 테니까”,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등 ‘금수저’와 ‘흙수저’를 연상시키는 카피 문구를 사용해 비난을 받자 해당 옥외 광고를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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