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보험 까다로운 조건에 불완전판매 환경 노출…고객 피해 우려
A설계사 “보험사서 ‘중대한’ 의미 고객에 설명마라 가르쳐” 고백
고수당 효자상품, 판매 확대…금융당국 “별다른 문제 발견 못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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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10년 동안 납부한 보험이 CI보험이었네요… 계속 유지하는 게 맞을까요?”

“어머니가 가입한 CI보험 보장범위가 너무 까다로워 해지하고 싶습니다. 설계사가 사기 친 것 같아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CI보험에 관한 질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보험해지를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덩달아 과거에 가입한 CI보험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 CI보험, 까다로운 기준 불완전판매 노출

11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의 보험 해지가 늘면서 CI보험 민원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I보험은 종신보험에 CI보장을 결합하여 중대한 질병이나 수술 발생 시 치료자금 용도로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선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일반적인 보험상품은 질병의 종류만으로 보장여부를 구분하지만, CI보험은 질병의 종류와 함께 심도(중대한 질병·중대한 수술·중대한 화상 및 부식)에 따라서도 보장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해당 질병을 진단 받거나 수술할 경우 사망보험금의 50~80%를 선지급 받을 수 있으면 나머지 20~50%는 사망 시 받게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한 질병’은 △중대한 암, △중대한 뇌졸중,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 △말기 신부전증, △말기 간질환, △말기 폐질환등이며, △중대한 화상 및 부식은 신체 표면 20% 이상이거나 3도 이상 화상이나 부식이어야 한다. △중대한 수술의 경우 관상동맥우회술, 심장판막수술, 5대 장기 이식수술 등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10여년 전 가입한 가입자의 CI보험 약관에 명시된 ‘중대한 뇌졸중’은 25%이상의 장해상태,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 상태 이며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의 경우 ‘흉통의 유무’, ‘심근조직의 비가역적인 괴사’의 2가지 조건을 모두 보여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피보험자가 생명이 위독한 ‘치명적인 상태’가 아니라면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최근 소비자들의 보험 해지가 늘면서 CI보험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대한’ 조건을 설명 듣지 못했다는 것과 보험료가 비싸다는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의뢰한 40세 여성 A씨는 지인을 통해 ○○생명보험사의 CI보험을 65년납으로 가입 했다.

문제는 지난해 유방암 초기진단을 받아 보험금 청구를 했는데 약관에 부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000여만원의 진단금을 보험사의 제안으로 500만원밖에 받지 못한 것이다.

A씨는 “가입당시 암 진단을 받으면 사망보장금에서 선지급을 받을 수 있다는 설계사의 말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뒤늦게 약관을 찾아보니 자신이 가입한 CI보험은 유방암을 진단 받아도 ‘말기’가 되어야 선지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이 개정 되서 ‘중대한’이란 조건이 붙어도 일반암으로 진단금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라며 “다만, 과거에 판매된 CI보험 상품이나 개정되지 않은 약관은 침윤파괴적성질 즉 주변세포를 공격해 전이된 3기 말기 정도의 암에서만 보장된다”고 말했다.

◆ 대면 영업의 ‘중대한’ 사각지대, 상품 교육 허점

A씨와 같은 비슷한 사연의 보험 소비자들은 “‘중대한’이란 조건을 설명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

CI보험 해지를 고민하는 한 가입자는 “계속 유지하려니 기존 종신 보험보다 30~40% 더 비싸고, 해지하려니 해지환급금도 적어서 이래저래 손해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입 당시 소비자들이 ‘중대한’이란 단어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다. 만약 보험 가입자들이 이를 듣지 못했다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CI보험 가입자들이 보장내용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CI보험 가입자들이 보장내용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실제로 일부 보험사에선 설계사들에게 CI보험 판매 시 고객에게 ‘중대한’의 조건을 설명하지 말라고 교육시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생명보험사에 종사하고 있는 A설계사에 따르면 “CI보험 세일즈 화법을 배울 때 ‘중대한’이란 말을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고 고백했다.

A설계사가 전한 보험사가 신입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내용에 따르면 설계사가 고객에게 ‘중대한’의 조건을 설명하지 않아도 어차피 약관에 나와 있고, 약관은 고객들에게 필수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고객이 향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한다 하더라도 금감원에서 보험사에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입 당시 설계사가 이를 설명했다 하더라도 고객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시시비비를 가리기엔 애매한 부분을 이용한 것이다.

B설계사도 최근 비슷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B설계사는 “CI보험으로 인해 증권 리모델링을 요청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중대한’이란 단어에 대한 인지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당시 CI보험의 구조를 제대로 인지했다면 가입할 고객은 없었을 것”이라며 “CI보험의 유일한 장점은 말 그대로 주계약으로 설정한 사망보험금을 받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의 허술함과 불완전판매 위험 소지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CI보험은 설계사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객의 민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 일선에서는 CI보험이 가진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CI보험을 반대하는 한 설계사는 “상품설명이 어렵고 고객이 보험금을 받을 확률이 낮아 민원의 소지가 높은 상품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계사 스스로 CI보험의 문제점을 알아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고객에게 계속 유지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제 보험사의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판단할 근거자료가 없어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가입자가 가입당시 ‘중대한’이란 단어를 듣지 못했어도 상품설명서를 비롯 가입 후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다시 한 번 CI보험의 특징을 설명 듣고 확인하는 절차로 보완 조치된다”고 밝혔다.

◆ 고수익 효자상품 CI보험, 판매 확대 추세

가입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CI보험을 보험사들이 포기하지 못하는데에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 판매가 많을수록 부채로 잡힐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보장성 상품 판매를 끌어올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선 CI보험이 ‘낮은 진단 비중’, ‘낮은 보험금 청구’, ‘비싼 보험료’라는 최적의 3박자를 갖춘 효자상품이 된 것이다. 고객이 CI보험에 가입하면 설계사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도 더 높아진다.

실제 CI보험의 보장내용은 확대되고 있다. 최초 9개 질병 외에 말기간질환, 말기폐질환, 중대한 화상이 새롭게 추가되어 총 11개의 질병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다중(Multiple)지급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데 실제 각 보험사에선 기존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에 CI보장을 넣어 보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는만큼 CI보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모든 보험사에서 CI보험을 주력상품으로 내놓는 건 아니지만 필요한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지하기 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라며 “고객 스스로 CI보험 약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CI보험 판매 과정 중 불완전판매나 특이사항에 대한 신고가 없고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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