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원유철, 만나서 결국 합당하기로 합의
수임기구 구성 조건, 당직자 지분 싸움으로
초선으로 채워진 한국당, 중진 먹잇감 될 듯
불투명한 당 쇄신, 동반 몰락 길 갈 수도 있어

주호영(오른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당대표 ⓒ뉴시스
주호영(오른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원유철 미래한국당 당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당을 하기로 확약했다. 하지만 일정은 못 박지 못했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 19명이 미래통합당 밑으로 들어가기로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이 오히려 더 이득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과 합당을 했는데 보수 야당이 몰락하게 된다면 동반 몰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대행과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과 한국당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을 하리고 확약했고, 합당 논의 수임기구 구성, 준연동형 비례대표 페지 공동 노력 등을 합의문에 게재했다.

그동안 합당이냐 독자노선이냐의 여러 갈림길이 있었던 미래한국당이 끝내 합당으로 선택의 추를 기울였다. 이는 이날 있었던 원 대표의 임기 연장안에 대해 비례대표 당선인들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합당을 하더라도 여러 가지 불안한 요소는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합당을 아니한만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난관 1. 지분 문제
 
이날 합의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수임기구 구성’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합당을 추진할 때는 ‘수임기구 구성’은 없었다. 원래 하나의 정당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굳이 과도기 기구를 만들 필요 없이 전당원 투표 등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수임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지분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통합당에 흡수 합당되면 되는데 굳이 수임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은 미래한국당이 그만큼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당직자 문제 등까지 꺼내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한국당 입장에서는 1명의 당선인만 채우면 교섭단체가 되고, 그로 인해 국고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과 합당을 하겠다는 것은 그런 경제적 이득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것이기에 미래한국당으로서는 당직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직자 지분 문제는 미래한국당 출신 정치인들이 앞으로 미래통합당에서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당대회 혹은 대선 경선 등에서 미래한국당 출신 정치인들의 입김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지분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런 지분 요구를 위해 ‘수임기구 구성’이라는 카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만큼 지분 문제를 놓고 앞으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지분 문제가 의외로 통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수임기구 구성’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난관 2. 중진 먹잇감
 
또 다른 난관은 합당 이후의 상황이다. 미래한국당은 중진 의원들이 없기 때문에 초선들로만 채워져 있다. 이는 중진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통합당은 비대위원회를 꾸리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현재 당을 이끌어갈 리더십이 없는 상황이다. 중진들에게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비대위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넘겨준다고 해도 당 대표나 대권 주자를 김 전 위원장에게 넘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진으로서는 자기 편 사람들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역시 초선 의원들이고, 미래한국당 의원들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경험이 없는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들로서는 자칫하면 중진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먹잇감은 자칫하면 특정 계파 줄세우기로 나아갈 수 있고, 이로 인해 계파 갈등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래한국당을 고수할 경우 초선 의원들끼리 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치적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는 할 수 있을지언정 중진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칫하면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이 보수 야당을 무너뜨리는 그런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난관 3. 불투명한 미래통합당의 미래
 
또 다른 이유는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곧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과연 미래통합당이 기존 비대위 체제와는 다르게 당을 쇄신해서 환골탈태 할 수 있느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을 쇄신하는 시늉을 하다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당을 쇄신하는 시늉을 하다 끝나게 된다면 보수 지지층은 더욱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실망한 보수 지지층을 흡수할 정당을 남겨놓아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미래한국당이 미래통합당과 통합을 한다면 보수 지지층을 흡수할 정당을 불살라 버리는 꼴이 된다.

진보 진영은 더불어민주당, 민생당, 정의당 등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실망한 지지층을 다른 정당이 흡수하는 방식을 통해 그 파이를 키워놓았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나뉘었지만 실제로 실망한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같이 몰락했었다. 이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성격이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성격이 같은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서로 윈윈 관계를 유지한다면 보수 진영의 파이는 점점 커지면서 보수 지지층은 넓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래통합당과 합당을 하게 된 후 미래통합당이 쇄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보수 야당은 함께 몰락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통합에 대해 ‘찜찜한 구석’이 있다는 분위기가 보수 진영에서 퍼지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