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포장 금지’ 제도, ‘묶음 할인판매 금지’ 오해
환경부, 논란 계속되자 내년 1월로 시행 연기
환경단체, 폐기물 감축 제도 뚝심있게 진행돼야

자원순환사회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지난 2018년 7월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과대 포장된 제품을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뉴시스
자원순환사회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지난 2018년 7월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과대 포장된 제품을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1+1 제품 등에 대한 ‘재포장 금지’ 제도가 소비자 편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자 환경부는 당초 예정됐던 세부지침 시행 시기를 다음 달에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이에 환경부의 사전 설명 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환경 단체에서는 유통업계를 대변한 편향적 여론에 정책이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 기준 등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 시행규칙)의 규제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연기하고, 세부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22일 밝혔다.

환경부는 이날 “재포장 금지는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라며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제조자, 유통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규제의 세부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내달부터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가격할인을 규제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묶음 할인 금지’ 논란에 휘말렸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월 1+1이나 묶음, 사은품 증정 등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재포장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포장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관계 업체와 20여차례 협의를 거쳐 올 1월 개정한 바 있다.

그 중 금지 대상인 재포장 사례에 대해 환경부는 ‘단위제품·종합제품을 2개 이상 함께 포장한 경우’와 ‘증정품·사은품 등을 함께 포장한 경우’로 설명했다. 이에 업계로부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자 지난주 ‘할인 묶음판매를 할 때 재포장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가이드라인을 오인해 일부 언론에서 ‘묶음할인을 금지하는 황당한 규제’라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재포장 행위를 금지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것이지 가격할인을 규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닌 재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1+1 등 판촉을 위해 단위제품 등을 2개 이상 묶어 포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1+1’ 등 안내 문구를 통해 판촉하거나 음료 입구를 고리로 연결하는 것, 띠지나 십자 형태의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 등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환경부는 시행을 열흘 앞둔 제도를 연기 발표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업계와 여러 차례 협의 과정을 거치고도 제도 시행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환경단체에서는 해당 지침의 주요 핵심은 묶음할인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묶음포장을 금지하는 것이기에, 정부 정책의 방향이 경제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뚝심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현재 매립지 포화, 소각시설 신축•증축 난황 등 폐기물 처리 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사회 각 영역에서의 폐기물 감축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환경부 지침의 주요 핵심은 묶음할인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묶음포장을 금지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통단위에서 발생하는 2중, 3중 포장을 규제하고 생산단위에서의 대용량 묶음제품은 판매가 가능한 구조다”라며 “현재 논란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이 앞서 조급한 정부와 최대한 제도 적용을 늦게 받고 싶은 기업, 유통업계의 어긋난 타이밍에 언론이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조만간 미흡하다고 지적된 재포장의 명확한 기준과 예외조항 적용에 대해 혼돈을 줄이는 적합한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재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폐기물 감축을 위한 정부 정책이 뚝심 있게 추진되기 바라고 기업과 유통업체는 따라가기 식으로 변화가 아닌 2차 포장을 줄이는 운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며, 언론은 중립적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재포장 금지 규정은 예정대로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지침은 업계 등과 전면 재검토하기에 6개월간 시행이 유예된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9월까지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보완된 세부지침과 쟁점 사항들을 논의한다.

또 10월부터 12월까지는 관련 업계가 새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간에는 소비자 여론조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제조사·유통사 등 현장 적용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이후 지침을 보완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