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 부각된 회고록
트럼프 깎아내리고 대북 외교 실패 규정
북미 대화 이어가는 것 쉬운 일 아닐 수도
한미 동맹에 균열 발생...볼턴 처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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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지난해 6월 판문점 3자 정상 회동까지의 뒷얘기를 다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연일 우리 정부와 미국을 향해 비방을 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볼턴 회고록은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슈퍼매파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발간했는데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3자 정상이 깜짝 만남을 한 내용까지 다뤄졌다. 이 회고록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오는 11월 대선에서 축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회고록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깎아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이번 회고록은 충격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비핵화의 방법으로 리비아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해법으로 내걸었던 네오콘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회고록 공개는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회고록은 미국 정가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패한 대북 외교로 규정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를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에는 미소를 띠면서 만났지만 등 뒤에서는 ‘거짓말쟁이’ ‘더 많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면서 맹비난을 했다. 이 내용이 세상에 공개됐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최고 존엄’을 깎아내렸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북미 대화에 신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북한이 앞으로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도 북한을 ‘정상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도 미국을 ‘정상국가’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전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에게 좀 더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지만 볼턴 전 보좌관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즉, 협상 결렬 책임이 어느 쪽에 더 있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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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뉴시스

한미동맹의 균열은

또 다른 변수는 한미동맹의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볼턴 전 보좌관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특히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두고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Moon Jae-in's schizophrenic idea)이라고 표현한 것은 청와대의 분노를 샀다.

또한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매달린 것처럼 묘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마치 북한에 끌려다니는 듯 한 모습으로 묘사를 했다는 점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외교적 결례를 만들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회담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회고록에 꺼내들었다는 점은 한미 회담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외교 현장에서 침묵해야 할 내용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해 세상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볼턴 전 보좌관이 징역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반응을 쏟아냈다.

그것은 이번 회고록이 불러올 파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서 상당히 큰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정부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 가야 할 것인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운전자론 재확인

다만 이번 회고록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옳다는 것을 재확인해줬다는 평가도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을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이라고 규정했지만 한반도 운전자론이 싱가포르 회담과 하노이 회담 등에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했었다는 것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고스란히 입증됐다.

이는 북한이 현재 대남 비방을 하고 있지만 북미대화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북미 대화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식의 깎아 내리기 위해 북미 대화를 문 대통령이 주재했다고 강조한 것은 결국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북미대화의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있어 우리가 또 다시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네오콘 출신이 포진돼 있는 백악관을 최대한 설득해서 비핵화 협상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미 대화가 또 다시 이뤄지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회고록을 통해 또 다시 입증됐다.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이 미국 정가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지만 한반도 정세에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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