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글라스로 눈 돌리는 LG‧삼성‧애플‧페이스북
안경 형태 활용, 차세대 스마트폰 대체제로 지목 
사생활‧저작권 침해 등 카메라 문제 여전히 논란
5G 서비스 부실, 안전성 확보도 해결해야할 과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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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거대 IT‧통신 기업들의 AR(증강현실)글라스 출시 예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마트안경이라고도 불리는 AR글라스는 VR(가상현실) 기기와 함께 실감형 콘텐츠 산업을 견인할 것으로 평가 받는다.

AR 기술은 실제 물리적 환경에 가상의 물체, 텍스트, 비디오 등을 겹쳐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시각적 공간에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한 가상의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가상의 정보는 길 안내 일수도 있으며 제품의 상세설명, 광고,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반영한 AR글라스는 무엇보다 웨어러블(Wearable‧착용가능한) 기기로서 향후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인 앱을 적용해 사용하는 것도 문제없으며, 시각적 이미지의 활용이나 편의성에 있어 전화기 형태의 스마트폰 보다 효용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 시계가 가진 협소한 디스플레이의 한계도 극복 가능하다. 

하지만 풀어야할 숙제는 남아있다. 지난 2015년 출시했던 구글 글라스는 언제든지 외부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로 인해 사생활 침해 문제에 직면, 사실상 개인 소비자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외에 저작권 문제, 비싼 가격, 투박한 디자인 등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불러올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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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오른 AR글라스 출시 경쟁

차세대 대중화 스마트기기로 주목받는 AR글라스의 출시 전쟁은 이미 막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LG와 삼성이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LG유플러스는 올해 3분기 세계 최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R글라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AR글라스 전문 제조기업 중국 엔리얼과 손잡고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을 AR글라스는 초경량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88g이라는 가벼운 무게는 큰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60도 공간을 활용해 콘텐츠를 배치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100인치 이상의 화면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AR글라스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온라인 앱 개발 세미나를 추진하기도 했고 자유롭게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자 키트도 안내했다. 다양한 콘텐츠의 앱들은 스마트폰에서 그랬던 것처럼 향후 성장을 견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LG유플러스 실험은 AR글라스 시장의 성공 여부를 내다볼 가늠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돌도 주목할만한다. 삼성전자는 운전 중 AR글라스를 착용하면 내비게이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 한국과 미국 양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기존 내비게이션처럼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는 만큼 운전자 입장에선 편의성과 안전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 AR글라스의 출시도 업계에서는 주요 관심거리다. 아직 출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22년이 유력하다는 설이 제기된다. 애플 역시 가벼운 소재를 활용해 오래 착용해도 무리가 없는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밖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나 새로운 운영체제의 도입도 전망되고 있다. 애플은 무엇보다 지난 10여년 간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끌었던 만큼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해외 IT공룡들은 모두 AR 기기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달 초 자신의 SNS에 “휴대폰은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2020년대에는 AR글라스가 우리와 기술의 관계를 다시 정의 내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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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 257조원 시장으로 성장 전망

이 같은 IT기업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AR글라스 시장은 2019년과 비교해 향후 19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미국의 IT‧통신 시장조사 및 컨설팅 기관 IDC의 조사를 인용해 AR 글라스의 출하량이 2019년 20만대에서 2024년 411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IDC는 이밖에도 올해 AR‧VR을 포함한 실감형 콘텐츠의 수요가 2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또 당장은 수요가 교육이나 산업관리 등에 집중되겠지만, 소비자를 겨냥한 기기들이 쏟아지고 AR글라스의 스마트폰의 대체가 현실화 되면 이 추세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독일의 온라인 통계 포털 Statista도 지난 2017년 20억 달러(한화 약 2조39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AR 시장의 규모가 연 평균 60%씩 성장, 2025년이면 1982억 달러(한화 약 237조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른 AR기기 물량의 생산도 연 평균 42%의 증가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역시 실감형콘텐츠 시장의 성장에 주목,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미리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AR‧VR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며, 좀 더 구체적인 신시장 진출을 목표로 올해 2월 ‘5G 실감콘텐츠 신시장 창출 프로젝트’의 추진을 시작했다. 

과기부는 특히 AR스마트 디지털 관제탑, 홀로그램 활용 대학원 실감교육, 특성화고 VR 실습교육, VR 인지장애 진단 등 공공서비스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VR제품설계, AR시제품 검사, 동대문 실감 쇼핑몰들의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실감라이프, 실감커뮤니케이션, 실감미디어라는 3대 분야에 방향성을 두고 실내외 위치기반 AR 서비스, 자전거 탑승자용 AR 콘텐츠, MR원격회의, AR 방송중계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과기부 김정원 정보통신정책실장은 “2019년 5G 상용화와 민관투자를 통해 실감콘텐츠 분야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과기정통부는 2020년 실감콘텐츠 신시장 창출 지원, 5G 기반 실감 콘텐츠 제작인프라 구축‧운영 등 실감콘텐츠산업 육성 지원을 더욱 확대해 성과를 창출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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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글라스의 사생활 및 저작권 침해 문제는 지난 2013년 구글 글라스 출시 이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사생활 및 저작권 침해 논란, 합의 도출할 수 있을까

하지만 AR글라스가 스마트폰처럼 일상적인 기기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다. 카메라 사용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법제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며 가격, 디자인, 휴대성 등 제품 자체의 한계도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 구글은 지난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신기술 발표회’를 통해 구글글라스를 야심차게 선보이고 이듬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지만 곧바로 사생활 침해 논란에 직면하면서 좌절을 겪었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구글 글라스를 착용한 상태로 거리를 활보할 경우 보이는 모든 것이 기록될 수 있는 만큼 원치 않은 사람들의 일상이 생중계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미국 시애틀 지역의 한 술집은 SNS를 통해 구글 글라스 착용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출시 당시 시장에서는 구글 글라스의 판매량이 2018년 2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지만 구글은 결국 소비자 대상 제품의 생산을 포기하고 산업용 AR글라스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생활 침해 이슈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향후 시장에 나올 새로운 AR글라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매번 똑같은 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카메라 기능을 제외한 AR글라스의 출시도 거론되지만,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카메라인 점을 감안한다면 AR글라스의 스마트폰 대체 전망 역시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AR글라스에 카메라가 탑재될 경우에는 저작권 문제 역시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AR글라스에 기록되는 정보가 영상물이나 그림 등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콘텐츠라면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침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5G 활성화가 우선, 안전 문제도 해답 내놔야

이밖에 높은 가격, 5G 품질 문제, 안전성 문제 등도 소비자에게는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들이다. 

현재 AR글라스의 가격은 저렴한 경우가 100만원 대로 확인되며 고가 제품은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향후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지면 가격은 조정이 이뤄지겠지만, 웨어러블 대체제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만큼 소비자들로서는 스마트폰과 AR글라스를 이중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AR서비스는 대용량 정보를 빠르게 송수신해야 하는 만큼 5G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정부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5G와 연동해 실감형 콘텐츠를 확산 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5G 서비스 자체가 커버리지 부족 등의 문제로 불안정한 연결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달 중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5G 서비스가 도입된 후 지난 1년간 소비자불만이 2000여건 접수됐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불만의 대다수는 5G를 가입하고 있음에도 커버리지 부족으로 사실상 LTE를 이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차지하고 있다. 

품질불만이 발생하는 이유는 5G 기지국의 부족 때문이다. 국내 5G 기지국은 지난 4월 기준 11만5000국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87만개에 달하는 LTE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이용자들은 통화 연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는 만큼 초고속, 초저지연을 필수로 하는 AR 콘텐츠의 활용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기기의 안전성 역시 완전히 입증됐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AR의 경우 완전한 가상을 경험하게 하는 VR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지러움증 등에서 자유롭지만, 현실세계의 시야를 방해하는 등 물리적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와 관련 “AR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 공간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한다”라며 “AR 이용 시 주변 환경 운전 및 보행, 사유지 침입, 절벽, 군사지역, 철길, 기타 물체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안전 문제를 우려해 ▲가족과 함께 ▲여분 배터리 확인 ▲열사병 주의 ▲개인정보 보안주의 ▲몰래카메라 주의 ▲위험지역 출입금지 ▲사유지 출입금지 ▲운전 중 게임금지 ▲보행 중 전방주시 ▲낮선 사람 경계 등의 AR게임 안전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와 샌프란스시코 경찰 역시 ▲항상 주의를 기울일 것 ▲주변 지형지물을 인지할 것 ▲안전을 위해 2명 또는 그룹을 이뤄 게임할 것 ▲앱을 이용하면서 차량 운전이나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등을 타지 말 것을 당부했다. 

더욱이 AR기기를 이용하다 물리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조물책임법 적용이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기기 이용 중 사고를 당해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AR기기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기술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가상‧증강현실 기술과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적 목적의 기록물 저장·배포에 대한 저작권 문제 등 관련 법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라며 “정보상 오류에 의해 피해 발생시 제조물 책임법 원리도 검토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평가원은 이어 “사용자가 현실의 문제를 회피, 도피 또는 몰입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참여능력을 배양할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라며 “VR, AR, 인공지능, 홀로그램 등의 기술융합을 통해 발생하는 고차원적 세계에 대비해 윤리성 제고 방안의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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