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1대 국회 최연소 ‘청년 정치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국회, 초심 잃지 않고 잘할 수밖에
소속 정당 떠나 청년 정치인이 함께 목소리 낼 수 있으면
다양한 의제 끌어안아 대중적 진보 정당으로 성장하길 기대
국회 담장 앞서 가로막힌 약자 목소리, 이젠 안에서 울려야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청년들은 그간 자신들의 문제를 이해는커녕 방치한 중년 중심의 국회에 갈증을 느껴왔다. 이 같은 국회로는 지금의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청년을 직접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정치권도 더 이상 외면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 청년 인재 영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등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20·30대 청년 정치인 13명이 국회로 입성했다. 전체적으로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직전 국회에서 청년 의원이 3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결과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다. 이번 국회 최연소 당선자인 류 의원은 선거 이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한때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노동,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 왔던 그의 행보에 기대와 응원을 보내는 지지자들도 많았다.

이에 힘입어 류 의원은 “청년 정치의 가장 앞줄에 서게 된 저는 ‘낯선 정치인’이 되겠다. 기득권에, 기성세대에, 권위에 도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청년 정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국회의 문턱을 무사히 넘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1일 류 의원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낯선 정치인을 꿈꾸는 류 의원이 그리는 국회, 의정활동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류호정 의원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시절의 류호정 의원 ⓒ뉴시스

Q. 임기 시작 후 3개월여가 흘렀다. 의원 시각에서 바라보는 국회는 어떤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많은 조건이 주어지고, 상황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으려면 초심을 스스로 반복해서 되뇌어야 할 것 같다.

Q. ‘대리 게임’, ‘입사·퇴사’ 등 논란으로 난항 끝에 국회에 입성한 만큼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텐데.

국회는 중년 남성이 중심이다. 때문에 청년 여성이 국회의원이 될 리 없다는 편견이 있던 거 같다. 그러던 중 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고 “역시”라며 논란이 커졌다. 사과도 드렸지만 대리 게임 외에는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측면이 많다. 사안이 다양하고 일파만파 확산되다 보니 바로잡기가 쉽지 않았다.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저 내가 잘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마음이다.

Q. 한국에서 여성인 청년이 정치를 한다는 건 큰 도전 아니었나.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전체의 19% 정도며, 21대 국회 기준 20·30대 청년 의원은 13명이다. 사실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 자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큰 도전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의원이 된 이후 해나갈 일들이 더 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Q. 청년 정치의 필요성이 대두돼왔지만, 현실이 되고나니 우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청년의 입으로 전달됐어야 할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국회 안에 청년의 목소리가 들어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의 행보들이 더 낯설어 보이는 것 같다. 무엇을 하든 첫 걸음마를 떼는 사람을 보는 듯 불안해하더라. 비판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Q. 기성 의원과 비교해 강점이 있다면.

방금 말했던 ‘낯선 정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해관계에 얽히기 마련인데, 젊은 편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보다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과감하게 추진하면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대교체’라는 거창한 표현 보다는 국회 안에서 청년 의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때 발생하는 세대 간 차이가 서로 다양한 목소리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향후 국회 문화도 그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

ⓒ뉴시스
지난 2019년 11월 15일에 개최된 ‘2019 경기청년 채용박람회’  ⓒ뉴시스

Q. 청년을 위한 정책 활동이 류 의원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데,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청년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불평등이다. 청년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이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문제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더 큰 타격이 된다. 때문에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면 청년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될 것이다.

Q. 최근 청년 관련 이슈라 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정치권 특히 청년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청년들의 아쉬움이 컸는데.

양극화나 불평등 문제를 한철 장삿거리로 활용한 일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저 또한 깊은 유감을 느꼈다. 당을 떠나서 청년 정치인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좋을 의제들이 있다. 그러라고 청년들을 국회로 보낸 이유도 있다. 당론이나, 혹은 집권 여당의 무게감을 변명거리로 삼아 침묵해버린 것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해야 할 일을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지난 6월 18일에 열린 ‘쿠팡노동자 코로나19 피해상황 증언과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6월 18일에 열린 ‘쿠팡노동자 코로나19 피해상황 증언과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Q. 노동 이슈와 관련된 행보가 잦은데, 최근에는 어떤 의제에 관심을 두고 있나.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과 연관된 노동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또 한때 몸담았던 게임·IT업계 노동자와 소속 상임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과 관련된 발전소 등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 일하는 사람, 노동자는 어디에나 있다. 조직되지 않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

Q. 과거 노동조합 경험이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되나.

게임업계에 종사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수평적이지 않은 소통 구조, 만연한 고용불안 등 문제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저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은 걸 알게 됐다. 대개 대기업에나 노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기업의 노조도 무수히 많다. 그분들의 목소리가 잘 실리지 않는 게 늘 답답했다. 그래서 정치를 하면 꼭 그분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달려가겠다고 다짐했었다. 노조 활동은 제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다.

Q. 최근 쿠팡의 ‘부천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은폐 의혹’을 제기했는데.

저희 의원실과 정의당 중앙당과 함께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대책위’ 관련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방역당국에서도 쿠팡의 초기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피해자 증언도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Q. 쿠팡 측 입장은 상반된다. ‘악의적 기업 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증언대회를 통해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들이 당한 피해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이를 회피하는 쿠팡의 태도는 옳지 않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못들은 척 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할 때는 핸드폰을 소지할 수 없다. 즉, 사진 촬영이나 녹음이 불가하다는 얘기다. 이를 알기 때문에 더 악의적으로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인다. 쿠팡은 애초부터 노동환경이 좋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 번호를 부여해 부르고, 노동 여부를 시간별로 체크하고, 화장실 사용 사유 관리까지 했다.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 노동 구조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재발하게 돼있다. 업계 1위라는 명성을 지닌 거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엄청나게 큰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노동환경을 갖춰달라는 것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통해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쿠팡 사태는 끝까지 지켜봐야할 문제다.

지난 2017년 5월 12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하며 인천공항공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Q. ‘노동존중사회’를 지향해온 현 정부의 그간 노동 정책들을 평가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언을 했을 때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상당히 반가웠다. 그러나 집권 4년차인 지금은 노동 의제에 관심을 멀리하는 거 같다. 국정의 책임자로서 다양하게 살펴야 하는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재난이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다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보호받지 못했다. 노동존중 사회가 진정으로 실현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Q. 류 의원이 그리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

사회면에서 다뤄지는 뉴스가 정치면에서도 다뤄져야 한다. 노동 의제는 아직도 정치면에서 보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그 문제는 결국 재발한다. 최근 물류센터 화재가 또 발생하지 않았나. 정의당의 5대 입법 과제 중심으로 얘기한다면 우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방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이나 사업주를 엄벌하고, 일터에서 죽은 노동자에 대해 공감하고 학습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또 현 정부에서도 추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도 반드시 필요하다. 2022년까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는데 자영업자도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에 대한 개념이 협소하다. 임금 노동자, 기업 근로계약 중심의 전통적인 노동관에 입각해 노동정책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배제되는 부분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데, 최근 주의 깊게 보는 의제가 있다면.

요즘에는 권력형 성범죄를 지켜보고 있다. 이는 노동과도 연결된다. 권력형 성범죄는 결국 직장 내 성희롱이다.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성희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의 5대 입법 과제 중 하나인 ‘비동의 강간죄’ 발의를 맡아 준비 중이다. 현행법에서는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판례를 보면 폭행 또는 협박도 현저히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일 때만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가해자에게 유리하다. 결국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이 정도는 성희롱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동의 강간죄’는 강간의 구성 요건을 △상대방의 동의가 없을 때 △폭행 또는 협박 △위계와 위력으로 나눠 규정한다. 또 강간과 추행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사문화된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법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애려고 한다. 법안 준비는 거의 마쳤고 발의만 앞두고 있다.

Q. ‘페미니즘 정치(페미니스트 정치)’가 주목받고 있는데, 류 의원이 추구하는 ‘페미니즘 정치’ 방향은.

세번의 광역지자체장 권력형 성범죄와 ‘텔레그램 n번방’, ‘웰컴투비디오’ 등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침묵으로는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언젠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여성들이 똘똘 뭉쳐 행동해야 한다. 행동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집회에 나오는 것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SNS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탈코르셋을 추구하는 것으로 행동할 수 있다. 소소하게 기사를 읽고 공유하는 것, 책 한권 사보는 것 등도 행동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성격도, 처해있는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자기 삶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억지로 할 필요도, 나만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에게 눈총을 줄 필요도 없다.

Q. 최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을 두고 당내 이견을 보였다. 이후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정의당만의 시각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의당이 ‘투명인간을 위한 정당’이라는 기준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만의 중심 잡힌 시각이 생길 거라고 본다. 지금은 많은 당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내는 단계로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노동, 환경, 여성, 소수자, 장애, 이주민, 농민 등 다양한 진보 의제를 끌어안음으로써 정의당이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한가지 의제만으로는 결코 대중적 진보 정당이 될 수 없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Q. 21대 국회는 ‘슈퍼 여당’ 지형이다. 정의당과 류 의원은 이 같은 정치 지형을 어떻게 헤쳐나갈 계획인가.

의원 수나 정당 규모와 관계없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는 분명 존재한다. 거대 양당이 공생관계 때문에 발언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정의당이 시원시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국회 담장 앞에서 멈추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약자의 목소리가 국회 안에 들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당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당에게 바라기 전에 제가 먼저 잘해야 하는 위치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

Q. 끝으로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정의당의 강령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기가 끝나고 난 후 필요할 때 곁에 있던, 약자의 옆에 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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