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파견 혐의로 카허카젬 사장 등 29명 불구속 기소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하며 지난 2일 쟁의권 확보 결정
한국지엠 “과거 노동부로부터 적법한 도급운용 판단 받았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지엠의 카허 카젬 사장이 통상임기 기간인 3년의 임기를 넘겼지만 불법파견 혐의에 따른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이밖에도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에 이견을 보이며 최근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허 카젬 사장으로서는 연임이나 후임 등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이다.
3월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카허 카젬 사장은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 됐다. 앞서 인천지검과 창원지검, 군산지청 등은 한국지엠이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를 불법 파견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표이사인 카허 카젬을 비롯한 임원 5명, 한국지엠 법인, 협력업체 운영자 23명 등 총 2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카허 카젬 사장 등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24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719명을 파견 받아 부평·창원·군산공장에서 근무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파견된 노동자들은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생산 공정에서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재판과 관련해 카허 카젬 사장은 최근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허 카젬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그동안 불법 논란으로 재판을 앞둔 해외 자동차 기업 사장들이 국외로 출국한 이후 돌아오지 않았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이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은 차량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각각 검찰 고발 및 기소가 이뤄졌지만 임기 만료 전 출장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카허 카젬 사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등 재판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국내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수개월에 걸친 1심 소송 재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노조의 쟁의권 확보도 카허 카젬 사장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자동차 업계나 정치권에서는 카허 카젬 사장이 지난 1일 이후 3년간의 통상 임기를 모두 채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불법파견 재판과 함께 노조와의 임단협 갈등도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노조와 사측은 7월부터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한국지엠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으로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 확보에 나섰으며 지난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7778명 중 6955명이 참여해 80%인 6225명이 찬성표를 던져 쟁의권 확보에 성공했다.
한국지엠은 카허 카젬 사장 출국금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은 없다며 다만 출국금지의 원인이 된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기소로 이어진 부분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또 임단협 갈등에 대해서는 노조의 희생은 인정한다면서도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사장 출국금지에 대해서는 저희 입장에서는 말씀 드릴 부분이 없다. 다만 출국금지의 본류 사안인 불법파견과 관련해서는 이미 2007년 이후 매뉴얼에 맞게 시정조치를 해 2013년 노동부로부터 적법한 도급운용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도급 서포터즈 기업에 선정돼 협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확정적으로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을 받았던 것”이라며 “그 이후로 지침이나 법률이 바뀐 게 없는데 갑자기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바뀌면 회사 입장에서는 누구를 신뢰하고 경영을 해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노조와의 임단협과 관련해서는 “노조와 협상이 진행 중이니 상황을 봐야겠지만, 코로나19라는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했고 장기화 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과도한 요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며 “매년 1조원 이상 적자가 나던 것이 지난해 3000억원대로 줄었고 올해는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했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노조가 2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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