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교도소 CCTV에 찍힌 조두순 ⓒ뉴시스
경북 청송교도소 CCTV에 찍힌 조두순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극악무도[極惡無道]한 범죄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조두순의 출소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조두순은 어린아이를 상대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조두순은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지은 죄보다 터무니없이 가벼운 12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리고 오는 12월 13일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의 출소 소식에 시민들은 벌써부터 분노와 공포를 표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두순의 형량을 강화해 출소를 막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보다 현실적으로 조두순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련 지자체와 정치권 등에서도 출소 전까지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지만 실제 적용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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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 블랙아웃 = 심신미약?
깃털 같은 형량, 바위 같은 고통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조두순은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이를 교회 안으로 유인해 성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생식기와 항문 등 장기 80%가 소실되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이듬해 1월, 조두순은 강간상해죄로 기소됐고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그해 3월,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나이가 많은 점, 범행 당시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참작한 것이다.

조두순은 이마저도 형량이 가혹하다며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돼 결국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량에 많은 이들이 공분했다. 조두순은 성폭행, 폭행 등 전과 기록이 이미 있었고, 치밀한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났지만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으로 감형이 적용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당시 그에 대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대한 비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피해자와 그 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2017년 JTBC ‘이규현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해 “(조두순의 최후변론) 그 말을 잊어버릴 수 없다. ‘판사님, 제가 그랬다면 자살하겠다. 애먼 사람 잡아넣지 말아 달라. 짐승 같은 범죄자가 밖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잡아달라’라고 하더라”며 “조두순은 출소하면 절대 안 된다. 그 흉악범을 사회에 내놓는 거 자체가 상상도 못할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납치죄 10년, 폭력죄 20년, 유기 10년, 장애를 입혀 평생 주머니와 인공장치를 달게 한 죄 20년을 합해 조두순이 총 징역 60년을 살길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됐듯 조두순에게 내려진 형량은 터무니없이 가벼웠고, 이후 사법부의 솜방방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판결 이후 형량 강화를 위한 여러 대책 방안이 마련되기 시작됐고 실제로 유의미한 변화도 있었다.

우선 유기징역 상한 기준이 15년(가중 25년)에서 30년(가중 50년)으로 늘어났다. 또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더불어 전자발찌 착용 최대 기간도 30년으로 연장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두순은 이 모두를 비껴갔다.

우리나라는 형사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재심은 불가하다. 때문에 조두순은 12년 형량 복역을 마친 오는 12월 13일 출소가 확정됐다. 또 당시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전자발찌 착용 기간은 7년, 신상정보 공개는 5년에 불과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조두순 출소 관련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조두순 출소 관련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쏟아지는 출소 후 방안
현실 가능성은 얼마나

조두순에 대한 처벌 강화가 불가능하다면 재범 예방과 피해자 보호 대책이라도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안산시는 아동 대상 성범죄 사범에 대해 보호수용법 입법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윤 시장은 14일 서한문을 통해 “12년 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 다시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피해자 및 가족, 이웃 더불어 74만 시민이 가슴속 깊이 분노를 느낀다”며 “2014년 법무부가 입법 예고했던 보호수용법 제정이 현시점에서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윤 시장은 “아동 상대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중상해를 입게 하는 등 위험이 큰 인물은 형기를 마친 후에도 일정 기간 수용이 필요하다”며 “그 요건과 집행절차를 엄격히 해 사회 친화적인 처우를 해 그들의 건전한 사회복귀 촉진과 더물어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접근금지와 격리 등 법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춘숙 의원은 피해 아동에 대한 가해자와 가해자 대리인의 접근금지 범위를 기존 100m에서 1km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조두순 접근 금지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예고했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은 아동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아동성범죄 영구 격리법’을 발의했다.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강간 혹은 강제추행을 저지른 자가 다른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간 혹은 강제 추행해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됐을 때 범죄를 저질렀을 시 기존의 법체계에서 허용치 않던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같은 당 고영인 의원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가운데 19세 미만을 성폭행한 범죄자를 대상으로 주거지역 반경 200m 이내에만 머물도록 하고, 이를 벗어나는 범위는 보호감찰관의 동행을 의무화하는 ‘조두순 감시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아동성폭력범이 출소 후에도 1년 이상 10년 이하에 걸쳐 사회로부터 격리돼 보호수용 시설에서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두순 격리법’ 발의를 예고했다.

다만 이 같은 법안들이 조두순 출소 이전까지 처리 및 공포가 가능할지, 조두순에게도 소급 적용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출소까지 12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가 다 돼서야 분주하게 움직이는 국회를 향한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범죄예방정책국에서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전체 성범죄 사건 7만4956건의 피해자 가운데 13~18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만7484건(23.3%)에 달했다. 특히 2만2849건의 강간 사건 가운데 13~18세가 피해자인 경우는 2333건으로(25%)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아동 성범죄자가 결코 조두순 한 사람이 아님을 뜻한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1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조두순에게만 몰두할 게 아니다”라며 “징벌적인 입법보다는 비슷한 재범을 하는 아동 성범죄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 처분 등에 대해 좀 광범위하게 국회에서 입법 논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두순의 출소가 가까워질수록 피해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불안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조두순으로부터 피해자, 그리고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과 더불어 향후 모든 아동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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