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길들이기로 끝난 윤석열 국감
정치적 맷집만 키워준 국회 국정감사
답변 태도 논란 등 맹탕 국감 우려도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윤석열 길들이기’로 시작해서 ‘윤석열 다그치기’로 끝난 국감이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은 사라지고 사실상 윤석열 인사청문회였다. 검사는 ‘수사’로 말을 하지만 이날 국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실상 정치 데뷔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으로서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가 계륵이 돼버렸다. 윤 총장을 버리자니 임기가 아직 남아있고, 윤 총장을 감싸 안자니 이제 야권의 대선 주자가 돼있는 상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국민 피해 금액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국감장에서는 해당 사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권은 윤 총장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었고, 야권은 윤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띄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답변 태도 지적도
그러다 보니 윤 총장의 답변 태도도 지적 사항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윤 총장에게 태도를 똑바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윤 총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을 하자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하나를 물으면 10개를 답한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윤 총장이 해명을 하기 위해 끼어들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싸우러 온 것 같다고 지적했고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윤 총장의 답변 시간을 1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추미애 장관의 경우 야당 의원들이 지적하면 ‘소설 쓴다’고 비웃었다면서 윤 총장이 수십배 예의 바르게 답변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수사 내용을 갖고 공방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윤 총장의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그만큼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총장이 야권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윤 총장을 ‘검찰총장’이 아닌 사실상 ‘야권 대권 주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여권은 추 장관 지원 사격을 위해, 야권은 추 장관을 저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윤 총장을 공격하거나 옹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윤 총장 본인은 정치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상 윤 총장은 대권 반열에 오른 셈이다.
정치권 게이트 비화에 조심조심
대신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이유는 자칫하면 자신들이 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스타모빌리티 김봉현 회장이 법정에서 전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후 옥중에서 입장문을 내고 검찰 출신 변호사와 검사 3명을 룸살롱에서 접대했고, 검사 3명 중 1명은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검찰 출신 변호사가 강 전 수석을 잡으면 윤 총장에게 보고해서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고,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이 오갔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김 전 회장의 말 한마디에 여야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 전 회장이 법정에서 강 전 수석을 언급할 때는 야당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김 전 회장의 발언을 신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반대로 여당은 김 전 회장의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두 차례 공개하면서 여권은 180도 태도를 바꿔 김 전 회장의 발언을 신뢰하는 듯 했고, 야당은 180도 태도를 바꿔 김 전 회장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날 국감에서도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 등에 대해 여야가 특별한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잘못 엮이게 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윤 총장 인사청문회가 됐을 뿐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임기 채우는 윤석열, 여권의 고민
윤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자신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퇴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윤 총장이 결국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쳐낼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윤 총장을 확실하게 견제하지 않으면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 여권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윤 총장은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사실상 퇴임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다만 이것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넓혀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차기 대권 주자의 난을 겪고 있는 야권으로서는 윤 총장의 이날 국감 등장은 사실상 대권 선언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물론 윤 총장은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윤 총장은 정치 반열에 오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