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 ⓒ한국생산성본부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 ⓒ한국생산성본부

【투데이신문 한영선 기자】 초등학생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가 국내 범죄 실태를 돌아보며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2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CEO 북클럽을 개최했다. 이날 북클럽에서는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가 ‘피해자의 아픔과 범죄자의 다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는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2019년 100인의 여성’에 이름을 올린 1세대 프로파일러다. 프로파일러는 증거가 불충분한 강력 범죄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과학적 심층 수사’를 위해 투입되는 범죄 심리 분석관을 뜻한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여러 국내 범죄 실태를 돌아보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방향들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먼저 국내에 ‘스토킹 방지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토킹 방지법은 가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두거나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한다는 내용으로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수정 교수는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을 분석하면 그 중 40% 정도가 사전 스토킹 기간이 있다”며 “여성을 자신의 재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성이 외도해 자신을 떠날 것이라 생각해 스토킹 하는 등 예비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은 대부분 스토킹 방지법이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기에 범죄자 검거율도 중요하지만 예고적 행위들을 제재해 범죄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가야 약자들의 생명이 보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아동학대’에 관련해서 범죄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을 다른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다룬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받는 방식으로 조사하는데 범죄의 특성과 피해자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 어렵고, 또 가정 내 범죄로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최근 출소를 앞두고 있는 조두순 사건과 관련해서 운을 뗐다. 그는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받아 논란이 된 조두순의 출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조두순이 출소 이후 안산으로 돌아오려 한다는 사실에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고, 피해자가 두려움에 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며 “범죄자의 인권만큼이나 피해자의 인권, 공동체의 가치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 교수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보호수용법 등 법안 마련이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디지털 성범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수용법이란 살인을 2회 이상 저지르거나 성폭행 범죄를 3회 이상 범한 자, 혹은 13세 미만의 피해자에게 성폭력으로 중상해를 입힌 자를 형기가 끝난 뒤에도 최장 7년간 별도의 시설에서 수용해 사회와 격리하는 제도를 뜻한다. 

그는 “소년원이 여러 이유로 과거에 비해 절반 정도 규모로 축소됐는데, 교화 가능성이 높은 유소년 범죄자들의 교화 등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방향도 생각해 봐야한다”며 “범죄는 사회의 극단적 단면을 보는 것인데 최근 n번방 사건처럼 ‘새로운 디지털 성범죄’가 등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범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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