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반문연대 띄워, 4.15 총선 참패 데자뷔
문재인 심판론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마누라·자식 빼고 모두 바꾸는 반문연대 돼야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는 이른바 ‘반문연대’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반문연대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 야권에서 띄우는 반문연대를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차기 대권 주자 1위와 2위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문연대를 띄운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4.15 총선의 경험

우선 4.15 총선의 경험이다. 반문연대라는 것이 결국 ‘문재인 심판론’을 선거에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야권은 지난 4.15 총선에서 ‘문재인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이 합쳐져서 ‘미래통합당’으로 선거에 나섰지만 결국 참패로 끝났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제대로 잘 이끌어내면서 지지층을 끌어 모았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어떤 식으로 방역을 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180석을 넘어 200석 가까운 성적표를 얻었다.

내년 재보선에서도 ‘문재인 심판론’을 꺼내든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논란 등이 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형국 속에서 무조건 반문연대에만 기대는 선거 전략은 도리어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문재인 심판론을 넘어선 새로운 선거 전략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결국 4.15 총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차기 대선 비전 보여줘야

내년 재보선의 성격은 단순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선출하는 재보선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헌만 생각한다면 후보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이유는 내년 재보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2022년 대선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수 앞을 내다보고 있다.

야권은 그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년 재보선 선거운동 전략은 단순히 재보선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2022년 대선에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재보선 ‘후보’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선 후보’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권의 대선 후보로 눈에 띄는 사람은 윤석열 검찰총장 이외에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1위와 2위를 다투는 동안 야권에서는 윤 총장 이외에 다른 대권 주자들은 아직까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재보선에서 반문연대를 구사한다고 해도 미래권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2022년 대선 때 뛸 후보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여권이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서로 경쟁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안 야권은 아무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내년 재보선 때 아무리 좋은 후보를 낸다고 해도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재보선 바라본 반문연대 안 돼

결국 핵심은 야권이 내년 재보선이 아니라 2022년 대선을 바라본 반문연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이 싫어서’가 아닌 정책과 비전으로 뭉쳐지는 반문연대가 돼야 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이고, 이것은 내년 4월 재보선 때에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하면 단순한 반문연대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반문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반문연대를 만들지 않는다면 실패한 반문연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재보선에서 야권이 패배를 한다면 2022년 대선도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단순한 반문연대로 선거를 임할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처럼 마누라와 자식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는 반문연대가 돼야 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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