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서 매년 지적되는 게임머니 불법 환전
웹사이트 통해 전화번호, 메신저ID 공유 활개
환전상 접촉 수분 만에 게임머니 이전 가능해
게임위 “환전상들 지능적, 단속 근절 쉽지 않아”
“AI 등 대책 도입해 환전상 홍보 페이지 적발해야”

고포류 게임 불법 환전 시연 영상 중 일부 ⓒ김승원 의원실
고포류 게임 불법 환전 시연 영상 중 일부 ⓒ김승원 의원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웹보드 게임,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 미니게임 등의 이면에서 불법 환전소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환전소에서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파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실제 도박과 같은 사행성 행위로 변질되는 사회적 폐해가 우려된다. 이에 국회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불법 환전 거래 차단에 대해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상황이다. 

불법 환전상, 초등생도 메신저 통해 쉽게 접근 

지난 10월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하나의 영상이 시연됐다. 영상에는 게임 이용자와 불법 환전상이 직접 거래를 협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환전상은 게임머니를 구매하려 한다는 이용자의 문의에 PC포커에 대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답변했으며, 구체적인 구매 금액과 함께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이 환전상은 “어떤 카톡을 보고 연락했나, 게임 머니 거래는 전에 해봤나”라고 물으며 “거래방식은 입금하고 저희 작업방 들어와 머니를 받아 가면 된다. 제가 게임에서 져 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환전상은 1대1 게임방을 만들고 이용자가 게임머니를 모두 배팅하면 게임에서 져 주는 방식으로 게임머니를 이전했다. 이 과정을 거쳐 34만원에 불과했던 이용자의 게임머니는 수분 만에 6억원으로 늘어났다.

고포류(고스톱, 포커류) 등 웹보드 게임에 대한 불법 환전상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게임머니를 불법으로 환전해준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인터넷 방송 BJ와 협력해 게임머니 불법환전 영상을 대중에게 공유했으며, 방송 중에는 환전상의 연락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감장에서 게임영상을 시연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저희 의원실에서 1만원에 환전을 해봤는데 비서관이 약 10분 만에 1만원을 송금하고 6억원을 받았다”라며 “초등학생도 쉽게 불법환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널리 퍼져있다. 합법적인 사이트인데 고액 베팅을 허용해 사행심을 조장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1일 손실한도 제한 등 규제 나선 당국

고포류의 불법 환전은 국감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 10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한 준수 권고안과 준수기한을 공고했다. 

이번 권고안에는 모든 이용자가 1일 손실한도 및 제한시간 자가설정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권고안에 따라 이용자는 손실한도를 의무적으로 설정하고 게임사는 이 한도가 초과될 경우 6시간에서 24간 동안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추가 권고안에는 ▲게임머니 이체에 이용될 수 있는 기능을 제거하는 항목과 ▲유료게임 이용 및 게임머니 구매에 따른 무료게임머니 지급 금지 등 유·무료 게임간 연동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 불법 환전을 방지할 수 있는 항목을 신설했다. 

김승원 의원을 통해 국감장에서 불법환전 사례로 지목된 한게임7포커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게임법 시행에 따라 매일 게임종료시까지 손실머니가 1일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6시간 동안 웹보드 게임 이용이 일시 제한된다”라고 공지했다.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 관계자는 “불법 환전이 이뤄지지 않도록 자체 모니터링 센터 운영, 게임 상대방 선택 금지 등 제도적 장치를 게임에 적용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불법 거래자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 한 번에 잡아내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이를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환전 사이트 캡쳐화면
ⓒ불법 환전 사이트 캡쳐화면

환전상들 온라인서 버젓이 활동, 단속 근절 쉽지 않아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법 환전상들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국감장에서 워낙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불법 환전상들이 지능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단속 근절이 사실상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구글에 ‘머니 환전’ 또는 특정 게임을 포함한 ‘XXX 환전’ 등의 검색어를 기입하면 수십 개의 불법 환전상 관련 홍보 사이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아무런 제제 없이 불법 환전 및 게임머니 거래를 홍보하며 버젓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법 환전상들은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자신의 연락처와 메신저ID 등을 공개했으며 QR코드를 통해 편리하게 친구 등록까지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 각 게임들의 게시글에는 그날 또는 그달의 환전 시세가 구체적으로 명시 돼 있다.

가령 모 게임사 포커칩의 경우 12월 기준 구매 시 34개에 6만5000원, 71개의 12만원, 100개에 15만6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환전할 때에는 100개에 12만6000원, 110개에 13만40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게임 머니 거래는 포커뿐만 아니라 로우바둑이, 바카라, 홀덤, 블랙잭, 슬롯, 룰렛, 훌라 등 대부분의 사행성 게임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공지를 통해 “게임사에서 결제를 할 때는 포커 머니 같은 경우 한달에 50만원 이상은 충전을 할 수 없지만 머니상을 이용하면 제한 없이 포커 머니를 충전할 수 있다”라며 “(게임사는)포커 머니를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다. 유저 입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게임 머니를 따도 현금으로 환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머니상을 통해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이라고 유도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에도 환전상들이 활개를 치는 건 사실상 권고안에 포함된 게임 머니 손실 1일 제한이 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한 머니상은 손실머니 제한이 55억 골드일 경우, 12시에 50억 골드로 시작해 1시쯤 300억 골드까지 땄다면 그날은 300억 골드를 모두 잃어도 상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즉 머니상을 이용해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손실머니에 여유를 만들면 6시간~24시간 게임이용 제한을 어렵지 않게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의원 ⓒ뉴시스
이상헌 의원 ⓒ뉴시스

스포츠 승부예측 불법 환전 문제 새롭게 부상

이밖에도 최근에는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에 대한 불법 환전 문제가 새롭게 부상하기도 했다.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은 그동안 합법적인 운영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3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웹보드 게임처럼 정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은 게임머니를 걸고 각종 스포츠의 승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연히 사행성 요소가 짙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결제 및 이용한도가 걸려 있으며 환전은 당연히 금지돼 있다.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은 20여개 이상의 게임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 서비스 중이며 새로운 형태의 합법적 시장인 만큼 다양한 게임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에 따르면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에서도 불법 환전상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의원 역시 의원실에서 직접 환전상과 거래를 진행한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과 관련한 불법 환전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스포츠베팅 게임사들은 스포츠베팅 게임이 실제 돈이 아닌 게임머니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며 “그러나 베팅 게임의 특성상 사행성은 필연적이며 실제로도 환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베팅 게임의 유통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합법 스포츠베팅은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와 공식 인터넷 판매사이트 베트맨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베팅이 가지는 사행성 때문에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것”이라며 “불법 환전 시장이 확인된 이상, 스포츠베팅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I 도입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행성 예방 나서야”

학계에서도 게임 불법환전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발표한 ‘사행행위의 게임화 현상에 대한 법적 대응방안 연구’에서는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보상이 현금으로 교환되면서 일반적인 게임을 사행행위로 전환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보상이 게임 시스템 밖에서 현금으로 교환된다면 사실상 사행행위로 전환될 수 있다”라며 “다시 말해 게임 내 보상의 환전가능성을 차단해 사행성화를 막기 위해 환전업금지 조항이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사행행위를 한 게임사업자와 환전상 간에 공범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환전상을 처벌하기 어려웠지만,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환전·환전알선·재매입 행위를 독자적인 범죄로 구성요건화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환전상에 대한 게임 업계 내부의 암묵적인 동조 또는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며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환전상들이 게임사에 등록된 개인 연락처를 수집한 정황이나, 권원(허가)을 받지 않고 일부 서비스를 운영하던 사이트가 제재 없이 해당 서비스를 중단한 사례 등을 두고 게임사 및 게임물관리위원회와의 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이상헌 의원은 “문제는 게임사와 환전상의 유착 정황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김승원 의원은 “제재나 확인 없이 특정 종목이 사라졌다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부적절한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시대와 함께 온라인 게임에 대한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불법 환전상 적발을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등급위반 사이트나 불법 환전상 홍보 페이지 등을 적발하는 분야에 AI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라며 “의심이 가는 사이트나 온라인게임 등은 일정한 키워드나 패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계속 그러한 패턴이나 키워드를 학습하면서 인터넷상에 있는 불법게임과 환전상 홍보페이지를 찾아낼 수 있다”라며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박중독에 대한 예방은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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