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구독 서비스 등에 잇달아 연동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가능성 제기 돼
해지 기능도 없어 이용자 불편 속출
카카오 “조만간 해지 기능 업데이트”

카카오톡 지갑 인증 ⓒ카카오
카카오 지갑 인증 ⓒ카카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A씨는 최근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 이용을 위해 카카오 지갑 인증서에 가입했다. 카카오가 지갑 인증서를 연동해야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구독 서비스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카카오 지갑 인증서를 해지하려고 했지만 카카오톡 앱 어디에서도 탈퇴와 관련한 메뉴는 없었다. 카카오 고객센터 홈페이지에서도 지갑 만들기를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톡 멀티프로필과 이모티콘 구독서비스를 내놓으며 카카오지갑 인증서 가입을 의무화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더욱이 현재 카카오지갑 인증서의 해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안내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독과 멀티프로필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이모티콘 구독은 소비자가 월정액을 내고 이모티콘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관심을 끌었고. 멀티프로필은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상대에 따라 최대 3개까지 다른 프로필을 만들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 이용을 위해 카카오지갑 인증서를 반드시 연동하도록 요구하면서 카카오가 자사의 사설 인증 및 자격 증명 시장 점유 확대를 위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예상된다. 

지난달 출시된 카카오지갑 인증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서비스 외에도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 ‘톡서랍 플러스’에도 연동하도록 돼 있으며 향후 콘텐츠 구독에 대한 보상체계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전망이다. 카카오지갑 인증서 가입자는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에 힘입어 출시 한달여 만에 55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소비자는 “이모티콘 구독 관련 지갑 연동을 요구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멀티프로필 서비스 이용 때에도 연동이 필요했나 싶다”라며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이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 역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중요한데 정보주체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라며 “무료 서비스라는 특징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옭아매는 행태여서 저희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고객센터 홈페이지 캡쳐화면
ⓒ카카오 고객센터 홈페이지 캡쳐화면

더욱이 카카오지갑 인증서는 한번 가입하면 이용을 취소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카카오지갑 인증서는 설치한 앱을 통해 해지나 탈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공인인증서가 중도 폐지 가능했고, 사설 인증서 PASS 또한 앱을 이용해 해지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인터넷 카페 ‘아이폰 사용자 모임’의 한 회원은 “카카오톡 지갑 못 지우나요”라는 글을 올리며 며칠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토로를 내놨고, 다른 이용자들도 탈퇴 기능이 없어 답답하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서비스 해지 불가에 관한 불편 문의는 네이버 지식인에도 상당수 올라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하면 해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지만, 고객센터 홈페이지에는 “별도로 만들기를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이용에 불편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해당 사안을 업무에 참고하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지갑 인증서는 자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외부 인증을 활용하면 이용이 더 복잡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지갑 인증서 탈퇴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앱에 관련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지갑 인증은 외부 본인확인 후 카카오톡 이용자를 인증하는 개념이다. 다른 사설 인증을 왜 사용하지 않느냐는 지적은 네이버나 PASS에서 왜 카카오 인증을 사용하지 않냐는 것과 같다”라며 “저희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인증이고 외부 인증을 활용하게 되면 또 다른 과정이 필요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증서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고객센터를 통해 바로 삭제할 수 있다”라며 “앱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삭제 하는 기능은 곧 추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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