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호불호 평가하는 방식 두고 내부 불만
간담회 추진 과정도 ‘폐쇄적’ 비판 제기돼
카카오 “의견 수렴해 평가방식 개선 가능”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수평적·개방적 문화를 강조해왔던 IT기업 카카오에서 동료평가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해 폐쇄적 간담회 운영 등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의 재산기부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오는 25일 직원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지난 8일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고 공언하며, 간담회를 열고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내외부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인사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지난 22일 현행 동료평가의 부작용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친 후, 간담회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카카오의 인사평가 방식이 논란이 된 건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가 죽음에 대한 결정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면서 부터다. A씨는 인사평가에 대한 내용이 일부 동료들에게 공개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너무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너무 힘들고 지친다. 지금 삶은 지옥 그자체다”라며 “상위평가에도 썼지만 바뀌는 건 없고 XXX셀장에게 불러 내가 썼다는 걸 알려준 XXX팀장. 지옥같은 회사생활을 만들어준 XXX셀장, XXX팀장 나는 당신들을 지옥에서도 용서하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울며불며 상담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쏘아 붙이던 당신도 동료들이 감정을 담은 피드백에 평가와 인센을 그렇게 준 당신들도 공범이다”라며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안의 왕따 문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A씨가 언급한 “동료들이 감정을 담은 피드백”이라는 것은 카카오에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동료평가 방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인사평가 방식의 일환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판단불가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동료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다행히 유서가 게재된 이후 실제 인명사고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A씨의 경우 이 같은 평가 내용이 셀장이나 동료들에게 공유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죽음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잔인한 평가제도”라는 의견들이 공유되는 등 동료평가 시스템에 대한 카카오 내부의 여론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블라인드에 게재된 ‘카카오 김범수 의장 재산기부 간담회 합격자 발표’라는 글을 통해, 오는 25일로 예정된 직원 간담회 추진 과정이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며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해당 글을 올린 누리꾼은 “간담회 질문 합격자 60인을 발표했다. 10인은 현장참여 티켓을 얻고 50인은 온라인으로 정해진 질문을 말하면 된다”라며 “질문의 내용 성향을 꼼꼼히 고려해 돌발행동 없는 안전한 쇼 진행을 위해 애썼다는 후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최근 카카오의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노조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동료평가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악용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측과의 대화 자리를 요구할 예정이며, 간담회의 폐쇄적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제기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지회 서승욱 지회장은 “동료평가와 관련해 의견수렴 후 회사와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요청할 계획이다”라며 “그런 의도로 설계한 시스템이 아니라고 해도 악용되고 피해를 보는 분들이 있다면 문제라고 보고 있다. 폐지가 될지 개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논의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사전 질문을 받기는 했지만 질문 내용이 공개가 됐다. 이번에는 어떤 질문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기존에 내부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던 방식과 다르긴 하다.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식을 써야 했는지 의문이고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문제제기를 해보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동료평가 방식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반영됐던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하면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또 폐쇄적 간담회 운영에 대해서는 내외부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대화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동료평가 질문은 2016년 직원 의견을 반영해 포함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될 수 있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개선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어쨌든 직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열어두려 하고 있다. 인사팀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담회를 앞두고 직원들로부터 받은 건 질문이 아니라 기부에 대한 아이디어나 제안 등이다. 행사의 메시지나 방향을 정할 수 있게 참고할 수 있을만한 내용을 제안 받았다”라며 “사전에 제안한 것만 질문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6000명 이상의 직원이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으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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