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청소 중인 학교급식실 노동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8년 모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학교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가 생전 학교급식실에서 근무하며 튀김, 볶음, 구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에 노출돼 온 사실이 확인됐고, 사망 후 3년이 흐른 지난 1월 업무상질병에 따른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이 사건으로 학교급식실 노동환경의 위험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으나, 3년여가 흐른 지금도 전국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이 여전히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노동계는 말한다.

노동계는 이와 관련해 관계 부처가 유족에 대한 사과 표명과 더불어 급실실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어떠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2017년 4월 28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모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급식실 노동자 A씨는 폐암 말기 3기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인 이듬해 4월 4일 끝내 사망했다.

A씨는 2005년 3월부터 폐암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2017년 3월까지 학교급식실 조리노동자로 근무하며 조리와 검수, 세척 작업 등을 주로 해왔다.

유족들은 2016년부터 A씨가 근무하던 학교급식실 주방 환기시설이 불량해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문제 개선을 요구했으나 1년 넘도록 방치돼 왔다고 전했다.

실제 A씨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학교 측에서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에 따르면 2017년 3월 후드 및 천장 청소 사업, 2017년 5월 후드 및 덕트 수리, 2017년 배기 보강 및 급기 덕트 설치가 이뤄졌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는 A씨 사건이 접수된 이후 전체 학교에 대한 공기질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책임자 처벌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재정 교육감을 포함한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어느 누구도 이러한 요구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2018년 8월 3일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 측에 산재보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후 작업환경연구원 측이 이듬해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에 걸쳐 작업환경평가를 실시했고 고온의 튀김, 볶음, 구이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직업성 폐암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같은 결과 등을 토대로 A씨는 올해 2월 23일 산재를 인정받았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홈페이지

노동계는 이 사건을 비단 A씨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지금 이 시간에도 발암물질 노출과 더불어 각종 절단, 화상, 골절 등 각종 사고 위험이 난무하는 작업환경에 놓여있을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을 위한 산재 예방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6일 ‘학교급식실 폐암 사망 산재인정 기자회견’을 열고 A씨 사망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나 유족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지 않고, 학교급식실 노동환경에 대한 안전불감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기도교육청을 비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전문조사 심의 결과 1인당 100명 이상의 식수를 담당하며 일주일에 2~3회 이상 실시되는 고온의 튀김, 볶음, 구이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돼 폐암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국 급식실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2016년 두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후드공조기를 고쳐달라고 민원을 넣었지만 A씨가 폐암 판정을 받고 또 다른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에야 조치에 나섰다”고 부연했다.

또 “A씨가 산재 승인이 난 후 한달여가 지났음에도 경기도교육청은 어떤 입장이나 유족에 대하 사과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A씨 사망 이후 요구한 후드공조기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학교급식실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적용되기 시작했음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조차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1개만 운영 중이다.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교급식실 산업재해 예방에 무심한 시도교육청의 태도를 꼬집으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투쟁을 예고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A씨의 죽음은 ‘제2의 삼성 백혈병 산재 사망’이다”라며 “학교급식실은 발암물질로 암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고 절단, 화상, 골절 등 각종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급식실 식중독 사고, 친환경 재료에만 관심 가질 뿐 정작 급식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학교급식실 산업안전 문제를 전면화하고, 직업성 암환자 찾기 사업 및 산재신청에 나설 것이다. 또한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 등 법 위반 사항을 고소·고발할 것이다. ”이라며 “끝으로 교육청의 학교급식실 공기 순환 장치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및 공기질 개선 대책 마련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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