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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근로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최근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 1996년 2월 국방과학연구소에 입사해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던 A씨는 2018년 6월 연구본부 업무를 총괄하는 팀의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A씨는 연구본부의 예산·인사·보안·기술기획·연구계획 등 업무를 총괄했으며, 일상 업무 외에 조직재구조화, 기술료 배분 등의 업무도 수행했다.

그는 지난 2019년 4월 회사 근처의 산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 및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는 쓰러지기 전날까지도 조직 재구조화 마무리를 위한 인사명령 발령 작업을 했으며, 심근경색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41시간 22분 근무했으며, 매주 1~2회씩 2~3시간 야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배우자는 A씨가 팀장으로 발령받은 뒤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심장질환 발병 12주 전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52시간부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련성이 커진다고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A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A씨의 배우자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고시는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A씨의 심근경색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사망 10개월 전부터 팀장으로서 예산·인사·보안·기술기획·연구계획 등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면서 “A씨에게 생소한 행정업무 전반을 포함할 뿐 아니라 업무량이나 범위 또한 방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밖에 조직재구조화, 기술료 배분 업무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됐으며, 건강 사정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A씨의 산행 시에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며 “A씨는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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